주생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
주생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한 아이가 건널목에서 손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건너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째서 저런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됐을까.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된다. 보통 미취학 아동이 혼자 다니는 일은 없으므로 동행하는 보호자는 길을 건널 때면 항상 손을 들고 건너자는 안전교육을 강조했을 테다. 아이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이 말을 깊이 새겨듣고 오직 손을 들고 건너는 것만을 실천에 옮겼으리라.

앞의 상황에서는 보호자가 손들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안전 규칙 중에서 한 가지에만 집중하게 됐고 다른 중요한 규칙은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 아이는 무사히 길을 건넜지만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면 다음에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을지도 모른다.

공동주택관리도 중요한 원칙이 있다. 공동주택의 관리를 위해서는 시설물의 물리적인 유지, 시설물의 유지를 위한 조직 및 비용의 운영,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는 주민의 생활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설물의 물리적 유지를 위해서는 일상적인 청소에서부터 점검, 보수, 장기적인 계획 등 장소나 시기에 따라 적절한 판단과 시행이 이뤄져야 하고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주체 등 조직의 운영,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의 징수와 투명한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청소, 점검, 관리비 집행 등의 각 요소들은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또 다른 개별적인 원칙을 가지므로 공동주택관리라는 단어는 매우 광범위한 업무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동주택에서의 거주를 위해 필요한 공동의 생활수칙, 주민의 책임과 의무, 주민 간 갈등의 해소 등도 건물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 못지않게 중요하다.

공동주택관리에 필요한 여러 업무를 수행하는 원칙 중에서 어떤 것은 중요하고 어떤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공동주택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련의 과정들이 원칙에 따라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많은 관리업무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면 안 되고 모든 업무가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무리 단지가 깨끗하게 관리되도 입주민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불만이 제기된다면 관리가 잘 된다고 말할 수 없다. 반대로 아무리 주민 간 화합이 잘 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지 보수하기 위한 계획이 부재하다면 미래의 주거환경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현재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공동주택관리는 공동주택관리법 제7장에 따라 전문관리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전문 관리주체에 의해 일상관리를 중심으로 원활하게 업무가 이뤄지지만 공동주택관리에 관심이 없는 입주민은 자칫 일상적인 업무들이 난이도가 낮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업무처리를 강요하기도 한다.

공동주택관리의 원칙이 균형 있게 지켜지기 위해서는 공동주택관리법, 공동주택관리규약 등 법 규정을 기반으로 입주자, 입대의, 관리주체 등 관련 주체가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하게 숙지하고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 주체별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역할과 책임에 대한 상호 이해와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다만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 스스로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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