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
주생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종종 ‘악성댓글’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서로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인데 심리학적으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상대방을 비인격적인 존재로 격하해 상대방을 아는 경우보다 공격성이 촉발되는 ‘비인간화(dehumanization)’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비인간화’는 단어 그대로 어떤 사람이나 집단을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별다른 죄책감 없이, 심지어는 어떤 정의감에 도취해 잔인한 행동을 할 수 있고 생명을 앗아가는 일 또한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비인간화 현상은 때로 자기 뜻을 정당화하거나 대우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낮춰서 생각하기 때문에 드러난다. 그릇된 자기표현이 결국 사회적인 문제로 나타나는 셈이다. 매스컴에서 언급되는 비인간화 이슈들은 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종의 현장에서 주로 나타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착각해 의도적으로 상하 관계를 형성해 버린다.

공동주택의 관리현장에서 입주자가 관리종사자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비인간화 현상이 존재하는 듯하다. 공동주택에 근무하는 경비원이 입주자의 태도에 모욕감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나 관리소장을 인격적으로 비하해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어째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가? 심리학에서 비인간화는 사회적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부족한 상태에서 단순한 경험만을 통해 인지된 것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발생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모든 용역이 계약에서 비롯된다. 계약서상 통상적으로 기재되는 갑과 을은 마치 상하관계를 분명히 해 을은 갑의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자리 잡았다. 갑을관계를 강조하다 보면 업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용역대금을 지불하는 ‘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이는 업무의 질적 수준이나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관리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인간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성북구의 한 공동주택에서 갑, 을을 명기하지 않은 ‘동행계약서’를 체결한 것이 귀감이 돼 동행·상생의 의미를 담은 계약이나 협약이 확대되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우수관리단지 평가 시 입주민, 관리종사자의 상생 활동, 관리종사자의 인권 향상 등의 항목을 추가하고 있다.

성북구에서는 공동주택 관리종사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슬로건 공모, 캠페인을 통해 인식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비인간화는 인간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심리학적 현상이지만 그릇된 방향으로 가게 되면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체적인 삶을 사는 공동주택 단지에서는 상호 배려할 수 있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위해 힘들게 고생하는 분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밝은 인사를 건넨다면 그들 또한 더욱 보람된 마음으로 입주민을 위해 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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