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 (서울 노원프레미어스엠코아파트)

요즘 주유소의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과 비슷해졌다. 심지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부터 유럽연합 정유사들이 경유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낮추고, 러시아산 경유의 수입이 60%를 차지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러시아의 제재차원으로 수입을 줄이면 국제 원유시장에서 경유 부족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이렇게 세계는 어느 한 지역의 국지적인 변화가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20년 기준으로 19.3%이다. 2000년만 해도 한국의 자급률은 30.9%였지만 20년 새 11.6%포인트나 추락해 이제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곡물 중 80% 이상이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다. 그중 밀의 자급률은 고작 0.8%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 역시 세계 5위다. 두 나라의 세계 밀 공급량은 무려 30%가량으로 식량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밀가루의 주원료인 소맥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과 호주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어 당장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국제 밀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응해 6월 말까지 밀, 보리,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고, 우크라이나 역시 주요 농산물의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곡물 중에 밀보다는 쌀의 소비량이 많아 타격이 덜할 수는 있지만 중국 또한 식량안보나 식량 무기화에 힘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밀을 기반으로 가공되는 빵이나 라면 등 식품 가격 인상은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의 수급조절이 어려워지고 유가가 역대 최고 가격으로 급등하면서 ‘에너지 안보’의 불안이 드리우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함께 기후위기의 종착점은 ‘식량안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쌀 자급률 만큼은 현재 안정적이다. 실제로 이 덕에 우리는 식량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지낸다. 도시와 농촌은 꽃과 나비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의 관계다. 농업·농촌이 농업인에게는 삶의 터전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인식했으면 한다.

우리나라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농촌 마을과 자매결연을 해 ‘우리 농산물 팔아주기’를 하는 것도 ‘식량안보’에 일익을 담당하고 우리 농촌을 돕는 일이다. 실제로 일부 아파트에서는 농촌 마을과 1사 1촌을 맺어 입주민들에게 품질 좋은 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다. 1사 1촌 아파트의 경우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한다. 또 코로나의 영향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가를 돕고자 농산물 꾸러미를 구매해 의미를 더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식량안보의 일익에 기여하고 농촌 마을을 돕기 위해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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