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변호사의 아파트 법률 Q&A 28

[질문]

건물에 거주하는 특정인에 대해 다른 입주민 1인에게 험담을 했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까?

[답변]

여러 사람이 함께 거주하는 건물에서는 입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대립하거나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분쟁의 당사자들은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건물에 함께 거주하는 다른 입주민들에게 상대방에 관한 이야기를 흘리기도 한다. 상황이 여기까지 치닫는다면 건물 내에서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죄 죄책으로의 고소가 이뤄지는 일도 허다하다.

이때 다른 이들에게 흘린 말로 인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는지는 ①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전파했는지 ②사람의 명예를 해하기에 부족함 없는 내용인지 ③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는 상태에서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지 ④전파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전파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 것인지 등 범죄의 여러 구성요건을 두루 따져 결정되지만, 개중 빈번하게 다툼의 소지가 되는 것은 ‘공연성’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전파했는지 여부다.

관련해 최근 참고할 만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는데, 건물을 관리하는 A는 입주자 B로부터 누수 공사 요청을 받게 되자 공사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로 이 사건 건물 임차인인 C를 탓하면서 ‘C는 무식하며 이중인격자다’라고 언급했으며, ‘C가 누수 공사 협조의 대가로 과도하고 부당한 금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A가 전화로 B에게 전달한 위 내용만 두고 보자면 C의 명예가 훼손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그 내용이 명예훼손에 이르는지보다는 A가 B에게 위 내용을 전달한 것이 과연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대법원은 ‘공연성은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으로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표현을 특정 소수에게 한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다.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관해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먼저 내세웠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 관해 심리하면서 ①A가 C에 대해 한 말을 들은 것은 B가 유일하다는 점 ②A는 건물관리를 대행하는 입장에서 자신들이 누수 공사에 대해 C와 직접 접촉하면 큰 싸움이 날 것 같아 B와 C 사이에 해결하기를 바라 위와 같은 언사를 했던 점 ③B는 위와 같은 내용을 자신의 형과 변호사에게만 전달했던 점을 구체적으로 살피건대, 위와 같은 말은 A가 공사 지연 상황을 B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서 B 한 사람에게만 전달했으므로, 불특정한 이들에게 공공연하게 알리려는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말했다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유죄라고 판결한 2심을 파기 환송했다.

간혹 서로 간의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 아파트 내에 실익이 없는 명예훼손 고소가 난무하기도 한다. 그러나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기에 충분한지 이외에도 앞서 본 공연성 등 여러 구성요건을 충족할 때 성립한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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