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단지 내 사고 발생 시 영상 확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CCTV 영상은 ‘개인정보’

특별한 사정 시에만 열람 가능

최근 경기 안산의 한 집합건물 상가에서 CCTV 확인 문제로 갈등을 빚은 입주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건물 관리사무소장이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저녁 피해자는 ‘주차된 차량이 긁혀 있다’며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CCTV 영상 확인을 요구했고, 관리소장이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자 말다툼으로 이어지며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고 CCTV 설치가 증가하면서 상가 등 건물뿐만 아니라 공동주택에서도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크고 작은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개인정보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2016년 168건 ▲2017년 291건 ▲2018년 275건 ▲2019년 352건 ▲2020년 431건 등이며, 공동주택 내 CCTV로 인한 분쟁 조정 신청 건수도 ▲2018년 12건 ▲2019년 18건 ▲2020년 10월 21건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위원회에 접수된 공동주택 단지 내 CCTV 관련 분쟁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범죄예방과 안전 등의 목적으로 공개된 장소에 설치된 CCTV로 인한 분쟁 ▲개인의 집 현관문 등 사적인 장소에 CCTV를 설치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으로 나뉜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한다. 하나의 정보만으로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알아볼 수 있는 정보도 개인정보에 포함되기 때문에 주소, 전화번호, 생년월일, 차량번호 등과 같은 일반적인 정보와 영상 자료, 통화 내역 등도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보관하고 있는 CCTV 촬영자료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엄연히 개인정보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CCTV 영상은 입주민이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다. 
관리사무소는 공동주택 관리를 위해 설치한 CCTV를 모니터링해 시설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담당자에게만 접근 권한이 부여된다. 즉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만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관리주체는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촬영자료를 보안 및 방범 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하거나 타인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제공해서는 안 된다. 
단 정보주체에게 열람 또는 제공,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는 경우,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경우, 범죄에 대한 재판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및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촬영자료를 열람하게 하거나 제공할 수 있다.

영상 열람 입주민·관리소장 
분쟁 및 소송으로 이어져 

공동주택 단지 안에서는 주차장에서의 접촉사고나 도난 등으로 인한 사고 피해자가 CCTV 등을 통해 가해자의 차량번호나 영상 등을 열람하게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차량번호 및 얼굴 등은 개인정보에 해당돼 열람 허용 여부를 두고 입주민과 관리소장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거나 법정 다툼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서울 노원구의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A씨도 최근 단지 내 입주민 간 차량 접촉사고로 피해 입주민과 마찰을 겪었다.
A소장은 “며칠 전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입주민 차를 다른 입주민이 긁고 그냥 가버려 피해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를 찾아와 CCTV를 통해 차량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설명하고 안 된다고 했더니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며 ‘내가 피해자인데 열람할 권한이 있는거 아니냐’, ‘잠깐만 보는 것이 뭐가 어렵냐’, ‘소장이 열람을 거부할 권리가 있느냐’며 막무가내로 열람을 요구해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차량번호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제3자가 당사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차량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지난해 대주 중구의 모 아파트 관리소장 B씨도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 입주민이 자신의 차량이 긁혔다며 주차장 CCTV를 보여달라고 하자, 이를 거부한 B소장에게 불만을 품은 입주민이 지속적으로 입대의와 입주민에게 문제를 제기하며 민원을 넣었다. 이 과정에서 소장에게 욕설을 하고 위탁관리회사에 소장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결국 입주민의 민원에 지친 위탁사가 B소장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한 것이다. 이후 B소장은 이 입주민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입주민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B소장이 CCTV를 보여주지 않은 것이 잘못된 업무처리라고 볼 수 없음에도 이에 불만을 품은 입주민이 소장을 비난하고 욕설을 하는 등 소장을 모욕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소장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즉 법원은 CCTV 열람을 거부한 소장의 업무처리가 정당하다며 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최승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이 판결에서도 소장이 CCTV를 보여주지 않은 것이 잘못된 업무처리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듯이 입주민의 개인적인 요청만으로는 CCTV영상을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또한 노출된 정보가 악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아무 제재 없이 누구나 CCTV를 열람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관리주체는 법령의 내용을 숙지하고 입주민이 CCTV영상 제공을 요청할 경우 수사기관을 통해 제공하도록 안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형필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개인정보보법이 시행된 이후 개인정보 열람 및 제공이 보다 엄격히 제한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고 법원도 이런 취지에서 범죄의 중대성, 긴급성, 보충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제3자에게 개인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면서 “공동주택 내에서 CCTV를 운영하고 설치할 때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만큼 관리주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입주민 간 갈등을 줄여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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