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주거복지를 만나다 <6>

 

 

 

가장 극단의 주거빈곤은 결국 집이 없는(homeless) 상태일 것이다. 우리는 종종 서울역이나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신문지와 상자에만 의지해 밤을 보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을 노숙자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노숙’이라는 말로는 ‘집이 없다’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집의 상실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최소한의 물리적 장치가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관계의 토대가 되는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흔히 이들의 문제를 노력하지 않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약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홈리스행동의 황성철 상임활동가(오른쪽)와 야학학생. <사진제공=주거문화연구소>

‘홈리스행동’은 노숙의 위험에 내몰린 취약한 개인을 돕는 한편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홈리스행동의 황성철 활동가를 만나 구체적인 활동 내용과 전하고픈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 홈리스행동과 함께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 달라.
1997년 IMF 이후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급격히 노숙자가 증가하자 우후죽순 노숙자 시설들이 생겨났다. 이들의 복지와 인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모임이 2001년 만들어졌고 2010년 홈리스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개인적으로는 2008년 고향 친구가 재미있는 활동이 있다며 소개해준 ‘노숙인 인권 공동 실천단’ 활동이 계기가 됐다. 매주 목요일 활동에 참여하며 그동안 홈리스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개인의 문제’라는 생각이 바뀌게 됐고 ‘주말 배움터’에서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어느새 상임활동가가 돼 4년차로 접어들었다.
 

홈리스 뉴스. 홈리스의 현실을 알리고 소통하기 위해 월 1회 신문을 발간하고 있다. <사진제공=홈리스>

▶ 홈리스행동의 주요한 활동들을 소개한다면.
연중 가장 큰 행사는 동짓날 이뤄지는 ‘홈리스 추모제’다. 2001년부터 매년 이뤄져 벌써 15회를 했다. 거리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고 이러한 분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결의하는 시간이다.
평소에는 기본적으로 4가지의 활동영역이 있다. 미디어, 현장, 야학, 연대활동이다. 홈리스의 현실을 알리고 소통하기 위해 월 1회 신문을 발간하고 있으며 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한다. 매주 금요일에는 서울역이나 용산역 등지에서 홈리스들의 상황을 살피고, 홈리스의 인권 침해에 대해 알리고 있다. 홈리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교육은 중요한 요소다. 홈리스상태는 경제적 빈곤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적 배제도 의미한다. 야학은 홈리스 뿐만 아니라 쪽방이나 고시원, 임시보호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배움이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한다. 홈리스의 삶은 관계가 파편화되곤 하는데, 야학을 통해 서로 어울리며 관계가 형성되고 사회성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외에도 우리 사회의 빈곤문제 앞에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 활동하고 있다.

▶ 홈리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집이 없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우선 집이다. 문제는 시설 위주의 지원이 주를 이루고 개개인의 온전한 자활로 이어지지 못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공되는 임대주택도 경쟁이 치열해 입주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로 외곽에 위치해 기존의 관계망을 포기해야만 한다.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집과 함께 일자리를 우선으로 꼽았다.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들이 있지만 그 수가 매우 한정적이다. 민간 영역의 일자리는 주로 육체노동이라 장기간의 노숙으로 신체가 약해진 홈리스로서는 참여하기 쉽지 않다. 홈리스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박하게 받는 사례도 있다.

요리교실, 배움의 자리는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사진제공=홈리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야학이나 여러 활동들 가운데 삶이 개선되는 분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홈리스를 보는 사회의 변하지 않는 제도나 태도들을 보면 안타깝다. 떠밀리고 떠밀려 자신을 보호해 주는 공간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누구도 좋아서 홈리스 상태이지 않다. 홈리스에 대한 편견과 혐오, 예비범죄자로 보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얼마 전 개그프로그램에서는 이를 희화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이다. 그 상황까지 몰리게 된 사회 구조도 함께 봐주길 바란다.

우리관리 주거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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