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주거복지를 만나다 <2>

 

 

 

주거복지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세대원이 거주하는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도 시설물 관리에만 포커스를 두는 형태의 관리업무에서 나아가 보편적 주거복지의 실현을 위한 포괄적인 주거서비스 제공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주거문화연구소에서는 주거복지의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취재해 우리나라 주거복지정책과 제도를 현장에 전달하고자 한다. 첫번째 주제는 임대주택으로, 임대주택과 관련한 제도, 인물, 현장, 해외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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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연대 남상오 대표

 

주거복지연대는 임대주택 입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구체적 목적과 함께 지역사회 고용복지의 실현을 위해 시민, 공공임대주택 주민, 학자 등이 모여 2001년 설립한 비영리 법인이다. 현재 엄마손밥상, 소단위마을주거환경개선사업, 집수리봉사사업, 농촌일자리이음사업, 홀몸어르신 목욕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계출신이 이어오던 이사장 자리를 창립멤버이자 사무국장 등을 역임한 남상오 대표가 맡게 됐다.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실무진 출신이 이사장이 된 만큼 활발한 활동이 기대된다. 남 대표를 만나 주거복지에 대한 고민을 들어봤다.

주거복지연대를 시작하게 된 계기
남상오 대표는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모태신앙이다.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재학시절은 그 유명한 5공과 함께였다. 자연스레 가톨릭 학생회를 하며 실천적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야학을 하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구체적 지역운동에 뛰어들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활동을 시작,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상에 대해 알리고 마을만들기 등의 일들을 추진했다. 시국사건들을 접하며 실천하는 지성인으로서, 사회과학도로서, 가톨릭인으로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에 동참하고자 했다.
1990년대는 독일 통일 이후 우리 사회 구성체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권위주의 정권의 퇴진과 자본의 등장이 이뤄진 시기였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2000년대 인권, 주거 등 여러 분야에서의 패러다임 시프트로 이어졌다. 주거복지연대는 주거 영역에 대한 성찰 속에 등장했다. 국토연구원 학자 등을 중심으로 철거민이나 세입자를 넘어 일반 다수 시민의 복지에 대한 담론이 형성됐다. 실천 활동의 흐름으로 선후배들과 2001년 주거복지연대를 창립했고 사무국장을 하다 현재 이사장의 자리에 이르렀다.

농촌일자리이음사업 참가자 모집 포스터

주거복지는 주택+일자리: 보스엠즈 주택, 도농 일자리 교류
남상오 대표는 주거복지는 주택과 고용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집이 없으면 고용이 불안하고 고용이 없으면 집이 불안해지고 악순환이 발생한다. 그는 “시장은 늘 불안하고 뾰족한 해법이 없는 것만 같은 현실 속에서 국가 정책은 주택과 고용을 최우선해야 함에도 늘 부차적으로 다룬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남 대표에게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을 소개해 달라 요청하니 방금 전 만든 따끈따끈한 기획안을 보여줬다. 주거복지만 따로 갈 수는 없으며 집과 일자리는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그의 평소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사업계획이었다. 그것은 공가 리모델링 사업 ‘보스엠즈주택’이다. 함께 라는 의미의 ‘both’와 빈 집 ‘empty house’를 합해 만들었다. 주거복지 수요 충족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다가구·다세대 매입임대주택 중에는 반지하라는 이유로 비어있는 집들이 있다. 이런 집들을 잘 수리하면 저소득층에게는 바람을 피할 주거 공간이 될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주거를 제공하는 한편 공간별로 컨셉을 정해 일자리 창출이 연계되도록 하고 있다.
전라도 등 지자체와 협력해 추진하는 농촌일자리이음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농촌의 부족한 인력에 착안해 만든 사업으로,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누적 10만 명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참여해 지자체별로 교통비나 숙박비 등을 지원받기도 한다.

주거복지는 시민의 힘으로 해결해야
남 대표는 시민과 국가의 역할을 구분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 이러한 생각을 사업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국가 행정에 의존하는 흐름을 지양하고 시민의 힘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사실 모든 복지를 국가가 감당할 수는 없다. 국가를 탓하며 기다리기 보다는 시민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을 실현한 사람이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사람을 돌아보는 것이 새로운 주거복지”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착한 집주인, 임차인이 살만한 집이 되도록 투자하는 집주인에게 상을 주는 정책에 박수를 보내주고자 ‘주거복지실천대상’을 시작하기도 했다. 국가에 대한 요구를 넘어 시민의 힘으로 주거복지를 실현해나가는 사람들을 찾아 상을 주고자 한 것이다. 새로운 주거복지는 먼저 집을 가진 사람이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것이다. 임대주택 입주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품어주는 사람이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그는 ‘정부는 정부대로 임대주택을 확장해가는 노력을 하는 한편 시민이 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 나가는 모습’을 우리나라 주거복지의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남 대표의 이러한 미래상은 현재 개편중인 누리집에도 담길 예정이다. 단체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소개를 넘어 누리집을 방문하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풀뿌리 사업에 동참해 회원 중심, 사람 중심으로 사업이 운영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주거복지연대의 시작과 함께 동고동락한 실무자 출신의 첫 이사장인 만큼 현실 중심, 시민 중심 사업을 힘 있게 추진하는 그의 발걸음이 기대된다.

우리관리 주거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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