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우 (사)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 이사
최근 리모델링 사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두 가지 기사를 보게됐다. 하나는 총회 무산으로 사업이 멈춘 경기도 평촌의 한 단지 사례고 다른 하나는 ‘아파트 재건축만이 답일까’라는 칼럼이다. 서로 다른 현장을 다루지만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의 선택은 무엇을 근거로 누가 책임지고 내릴 것인가이다.
리모델링 조합장은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리모델링을 멈추고 재건축으로 전환하려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초기 사업비를 누군가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민 누구도 그 책임을 질 수 없기에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문제의 본질은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가 아니라 단지 여건, 재무 상황, 법적 제약, 미래 주거환경까지 고려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이다.
이 사례는 단순히 사업 방식의 선택 문제를 넘어 근거 없는 기대와 심리적 선호로 조합이 표류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주민들은 정보 부족 속에서 감정적 선택을 하고 조합은 갈등 속에 머물며 도시 노후화 문제는 계속 심화된다. 우리 학회도 시장 중심 학술단체로서 그동안 조합장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민간 차원에서 객관적 검증과 무료 컨설팅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수도권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기에는 재정적·제도적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단지별 조건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그른’ 문제가 아니다. 근거와 데이터에 기반해 단지별 최적 해법을 찾는 과정이 뒷받침될 때 주민 갈등을 줄이고 공동주택 노후화 문제 속에서 도시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제는 재건축만이 답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리모델링을 포함한 다양한 해법이 과학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서울 및 수도권 주택 공급부족은 2019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만 봐도 갈수록 공급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절벽 수준이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살고 싶은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위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은 여전하다. 비용을 더 부담하거나 면적을 줄이더라도 노후 아파트보다 새 아파트를 선택하겠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리모델링 활성화는 정부가 목표하는 양질의 주택공급정책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국민 주거환경 개선 정책의 일환이다. 곧 발표될 새 정부의 주택, 부동산 정책에 리모델링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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