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서비스 트렌드 - ③ 큐레이션 서비스
공동주택 내 커뮤니티 시설은 단지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4 부동산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주택 선택 시 고려 요인으로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20%를 차지하며 높은 선호도를 보였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주거지 내에서 모든 활동을 해결하고자 하는 입주민들의 요구가 증가하면서 공동주택 내 커뮤니티 시설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이었던 도서관, 헬스장, 경로당은 기본이고 영화관, 수영장, 사우나, 골프연습장, 게스트하우스 등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입주민들의 요구는 커뮤니티 시설 조성에서 그치지 않고 고급 호텔 못지않은 주거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 아파트관리신문은 실제 단지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알아본다.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파트는 단순 주거 공간에서 모든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변모해 왔다. 이에 따라 입주민들은 기존의 커뮤니티 시설에서 누릴 수 있었던 것보다 더욱 많은 주거서비스를 요구하게 됐다.
이러한 주거서비스에는 ‘문화생활 향유’가 빠질 수 없다. 이에 많은 아파트에서 미술품, 영화 감상까지 다양한 문화생활을 단지 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입주민 취향 맞춤 서비스인 이른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용공간에서 미술품 감상하고 구매도 가능”
‘큐레이션’이라는 단어는 미술관에서 우수 작품을 선정해 전시하는 행위에서 유래한 만큼 아파트에 제공되는 큐레이션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는 단지 내 미술관 조성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3년 미술품 경매 플랫폼 ‘플리옥션’과 업무계약을 맺고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 아파트 내 커뮤니티 시설 등 단지 내 유휴 공용공간을 미술품 전시 등의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아트갤러리’ 서비스를 론칭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트갤러리 서비스는 도슨트 투어, 아트 클래스 등의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되는 점에서 입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이에 힘입어 강남구·용산구 소재 하이엔드 아파트에서도 해당 서비스 도입을 희망해 논의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 미술품 렌털 플랫폼 ‘오픈갤러리’와 협업해 아파트 단지 공용부에 미술품을 전시하는 구독형 주거상품 ‘힐스테이트 아트라운지’를 개발하기도 했다.
건설사가 아닌 아파트 관리주체 및 입주자대표회의가 큐레이션 서비스를 주도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2차는 지난 2023년 노후화로 방치돼 있던 기존 커뮤니티 시설을 리모델링하면서 갤러리존을 새롭게 조성했다. 갤러리존에는 유명 작가 또는 신진 작가의 그림 작품을 전시해 입주민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했으며 원하는 경우 전시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돼 있다.
김정임 타워팰리스2차 관리사무소장은 “3개월마다 1번씩 갤러리존의 전시작을 교체하고 있는데 교체 시기나 계절에 맞는 작품을 선별해 전시하다 보니 입주민들의 선호도가 높다”며 “다만 그림 구매는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신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입주민 맞춤형 콘텐츠 제공”
멀티플렉스 기업 CGV는 이달 16일 경기 파주시 파주야당점을 포함해 총 13곳의 영업을 종료했다. 작년 이맘때에 비해 흥행작이 부족한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이에 앞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콘텐츠 시장의 점유율을 장악해 영화관 업계가 침체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럼에도 아파트 내 영화관은 오히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공동주택 내 영화관 운영 전문기업 모노플렉스가 지난 2023년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아파트에 구축한 ‘디에이치시네마’는 개관 이후 꾸준하게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모노플렉스는 올해 인천 연수구 송도자이더스타, 인천 서구 검암역 로열파크시티푸르지오아파트에도 단지 내 영화관을 구축하게 됐다.
모노플렉스의 아파트 내 영화관은 생활권 내에서 멀티플렉스보다 저렴한 가격에 멀티플렉스와 같은 시설을 통해 최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모노플렉스는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콘텐츠를 기획해 스포츠 중계, 가족 콘텐츠,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큐레이션해 상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석민철 모노플렉스 대표는 “거주지에서 손쉽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은 미래 주거 문화의 기본값이 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광역시 등 주요 도시 단지로 단지 내 영화관을 확장할 예정이며 단지 내 영화관을 단순히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는 공간으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와인, 입주민 전용 바에서 즐기고 라이브러리에 보관”
국내 와인 수입량은 지난 2016년 27톤에서 2021년 77톤으로 같은 기간 수입액은 1억9100만달러에서 5억6000만달러로 늘어나는 등 국내 와인 시장은 빠르게 확장됐다. 이렇듯 와인 소비층이 늘어나면서 주거지에서도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 5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의 주상복합아파트 비오르와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아파트의 경우 입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와인바를 조성했다.
서울 송파구의 오피스텔 르피에드 문정, 서울 서초구의 오피스텔 르피에드인강남은 와인 라이브러리를 운영해 와인 저장공간이 부족한 입주민들을 위해 세대당 3병의 와인을 보관해 주고 있다. 해당 라이브러리에는 소믈리에가 상주해 있어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아파트로는 2027년 9월 완공 예정인 서울 서초구 더팰리스73아파트가 와인 라이브러리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팰리스73은 와인 라이브러리에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희소가치가 있는 와인을 비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