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교통사고

안전 기획 시리즈 ⓬ 많은 입주민이 모여 살고 여러 시설이 갖춰진 공동주택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 중 하나다. 그러나 생활공간이 주가 되다 보니 여러 시설에서의 사고를 생각지 못하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아파트관리신문은 올 한 해 테마를 ‘안전’으로 삼고 공동주택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고의 원인과 대비책 등에 대해 지속 보도한다. 이번 주제는 ‘단지 내 교통사고’다.

단지 내 도로에서의 자동차의 통행 방법이 경비 초소에 부착돼 있는 아파트 모습
단지 내 도로에서의 자동차의 통행 방법이 경비 초소에 부착돼 있는 아파트 모습 [아파트관리신문]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지난해 10월 30일 광주광역시 소재 모 아파트에서 초등학생 A양이 생활폐기물 수거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의 주된 원인은 차량 운전자가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인도에 진입했고 그곳에서 보조 작업자 없이 주차하기 위해 후진하던 중 우측 후방에 있던 A양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지만 기존에 있던 석재 볼라드를 제거한 것 역시 사고 발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앞선 지난해 4월 27일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2세 남아가 택배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고는 원칙적으로 긴급출동 차량·이사차 외 차량의 지상 통행이 불가능한 도로임에도 볼라드의 잠금장치가 해제돼 있어 택배 기사들이 관행적으로 볼라드를 뽑았다 끼우는 식으로 지상에 진입했다가 발생했다. 

즉 두 사고는 볼라드가 정상적으로 차량의 진입을 막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관리주체, 사고 예방 위해 점검·통행 방법 게시 등 필수”

이처럼 단지 내 교통사고는 관리주체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이에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어린이들의 통행이 많은 통학로 등에 고원식 횡단보도 또는 과속방지턱 설치 필요성 ▲차로·교차로 면적 및 폭 적정성 ▲불법 주정차 여부 ▲교통안전표지 훼손·추가 설치 필요성 ▲보행자 횡단 구간 횡단보도 설치 필요성 ▲시거 방해 구조물 존재 유무 ▲시거제약 구간 도로반사경 설치 여부 ▲시선유도시설 설치 장소 및 기준 적정성 등을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할 것을 안내했다.

또한 관리주체로 하여금 단지 내 도로에 ▲자동차의 통행 속도 ▲서행, 일시정지 등 보행자 보호를 위한 자동차 운전자의 준수사항 ▲어린이 안전보호구역에서의 자동차 운전자의 준수사항 ▲그 밖에 단지 내 도로에서 교통안전을 위해 자동차 운전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 등이 포함된 단지 내 도로에서의 자동차의 통행 방법을 정하고 이를 단지 곳곳에 게시할 것을 권장했다.

권용복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교통안전시설이 일반도로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므로 관리사무소 측은 공단·지자체에서 배포한 자료 등을 참고해 안전한 단지 내 도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특히 단지 내 교통사고는 교통약자인 어린이와 60세 이상 보행자의 사고 비율이 일반도로보다 월등히 높으므로 이들에 대한 위험요인은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특성 분석 및 통행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지 내 교통사고 1만7746건 중 사고의 절반 이상(55.2%)이 등하교·등하원 시간대인 오전 7~9시와 오후 4~6시에 발생했다. 

경기도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어린이들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도로와 인접한 어린이 놀이터 등 어린이들의 왕래가 잦은 공용부분에는 안전 펜스 등 안전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관리주체의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지 내 교통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그 교통사고가 사망자 혹은 전치 3주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중대한 사고’라면 관리주체는 지자체장에게 해당 사고가 발생했음을 통보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지 내 도로, 교통법상 도로 아니라도 안전 수칙 준수해야”

일각에서는 단지 내 도로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속도 없고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사유지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 사고의 적용을 받지 않아 자동차 운전자들이 사고를 일으켜도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안전 운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단지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2018년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2021년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단지 내 도로에서 중과실을 범한 경우에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는 등의 입법적 노력이 있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단지 내 교통사고를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운전자의 의식 제고”라고 밝혔다.

지난해 발표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결정요인: 포아송 회귀모형을 적용한 서울시 실증분석(저자 권형준, 안용진)’ 논문은 운전자들의 단지 내 주행 시 안전의식 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CCTV 설치 대수가 사고 발생 확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공단 조사 결과 아파트 내에는 직선 도로, 경사길, 폭이 넓은 도로가 많은데 그 도로에서 과속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곡선 도로나 폭이 좁은 도로 등에 진입하면서 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단지 내에는 운전자의 시각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으므로 운전자는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차량을 주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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