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석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장

지난 17일 광주 지역 집중호우로 광주천 수위가 올라감에 따라 주위 낮은 지역의 배수가 제대로 안 됐다. 이로 인해 배수로가 역류해 그 일대가 침수됐다. 당일 서구의 한 아파트는 저지대에 위치해 폭우로 단 한 시간 만에 모두 잠겼다. 배수로로 흘러가야 할 물이 단지 내 맨홀에서 역류돼 곧바로 지하주차장을 덮쳤다. 광주천의 수위가 상승하면 이 지역 배수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단지 입구에 차수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쏟아지는 폭우에 속수무책이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 소속 주택관리사(관리소장)들은 당일부터 직접 수중 모터와 양수기를 챙겨서 달려왔으며 서구청에서 제공한 양수기 등으로 밤낮으로 공무원들과 함께 지하주차장 물을 빼냈다. 관리사무소에서 지하주차장에 물이 쏟아져 들어가기 전 차량 대피 안내 방송을 하고 이후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자 출입을 통제해 다행히 안전사고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서 인력이 긴급 투입되고 서구청 공무원들은 간이화장실 설치를 비롯해 긴급 식수로 생수를 입주민들에게 제공했으며 이를 주택관리사들이 고층까지 배달하는 등 민관이 합심해 재난 지역 복구를 위해 힘썼다. 광주 주택관리사 40여명이 지하주차장 바닥 청소도 마쳤다. 피해입은 주민들은 무더위에 승강기 없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지만 복구에 애쓴 공무원과 봉사자들에게 고마워했다.

이번 집중호우는 두 가지의 교훈을 남겼다. 하나는 민관 합심으로 재난 예방과 극복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둘째로 행정당국이 하천 주위 등 저지대 침수 원인을 분석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로 예측이 힘든 변화무쌍한 날씨에 제대로 대처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광주시를 비롯한 행정당국은 문서와 모임 위주에 치우친 안전대책에 재검토가 필요하다. 자연재해에 대한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무슨 무슨 안전단체도 많다. 거기에 투입되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예산 주위로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생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과 단체들은 재난이 났을 때 발 벗고 피해 복구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안전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식순에 따라 구호만 외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안전은 세력을 모으는 자리가 돼서도 안 된다. 실제 재난을 막아내는 구조로 짜야 한다. 공무원들은 재난 극복 현장에 직접 투입됨에도 야단을 맞는다.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그 틈을 시민들이 메워야 한다. 모임에 동원된 시민들이 아니라 훈련된 시민들을 만들어야 한다. 재난 예방과 극복에 헌신할 시민 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야 민관 합심으로 재난 예방과 극복이 효과를 볼 것이다.

또 자원봉사와 훈련된 시민들을 위해서는 초·중등 교과 생활교육을 편성해야 한다. 우리는 공동주택에 살면서도 공동을 위한 생활교육을 받거나 가르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 대부분은 공동주택에서 태어나고 생활할 것이다. 세상이 더 이기주의로 침수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공동체를 위한 생활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태로 퇴근도 못 하고 고생한 서구청 공무원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자원봉사를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주택관리사들의 노고를 자랑한다. 이번일을 계기로 민관이 힘을 합친 훈련된 시민 조직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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