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볼까?] 476. 전북 고창군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 승마 체험 프로그램. 썰물 후 바닷물이 남아 있는 구역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 승마 체험 프로그램. 썰물 후 바닷물이 남아 있는 구역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

전북 고창군의 서쪽 상1하면에는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구시포해수욕장과 동호해수욕장이 유명하지만, 이 일대에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해변이 하나 있다. 정식 명칭은 없지만 지역주민들에게 ‘명사십리해변’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명사십리는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10리(약 4km)에 걸쳐 이어진다는 뜻인데 여기는 무려 8km 길이의 해변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이곳에 누구나 쉽게 승마를 배우고, 숲과 해변을 달려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2013년에 처음 문을 열어 이제는 다양한 승마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갖춘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이 그곳이다. 10여 필의 말을 운용하며 체험객의 승마 실력, 경험 횟수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갖춘 시설이다.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승마 부츠와 보호 조끼, 헬멧 등 기초적인 장비를 추가 비용 없이 빌려주기도 한다. 승마 경험이 전혀 없어도 좋다.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에서 승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예약이 필수다. 동물을 다루는 활동인 만큼 말의 상태와 날씨, 바다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변 외승은 간조 시간대를 파악해야 승마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승마 프로그램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말의 휴식을 위해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원형 마장을 돌아보는 기본 승마 체험은 3만3000원(20분), 소나무 숲길 외승은 8만원(1시간), 해변 외승은 10만원(1시간)이다. 해변과 숲길을 한꺼번에 둘러보는 해변+숲길 외승 프로그램은 15만원이다.

처음 승마를 경험한다면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부터 이용해 보자. 말과 교감하는 기초 동작부터 원형 마장을 몇 바퀴 돌아보는 체험이다. 시작은 마방을 찾아가 말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말은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경계하는데 조심스럽게 접근해 안심을 시키는 과정이다. 이때, 말을 다루는 데 있어서 꼭 알아야 할 안전 수칙 교육과 장비 점검도 이루어진다. 준비를 마친 뒤에는 안장에 올라앉아 기승술을 배운다.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 승마 체험 프로그램. 탑승 자세를 바르게 맞추는 과정.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 승마 체험 프로그램. 탑승 자세를 바르게 맞추는 과정.

고삐를 잡으면 본격적인 승마 체험이 이루어진다. 잘 훈련된 말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이랴’라든지 ‘워워’와 같은 출발 또는 정지 신호를 알아듣는다. 고삐의 방향으로 기수를 바꾸고 박차를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정형화한 지시 방식을 어느 정도 따라 하기만 해도 승마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말이 기승자의 지시를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안내자의 설명을 잘 듣다 보면 점점 익숙해진다.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 승마 체험 프로그램. 안내자가 옆에서 승마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전한다.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 승마 체험 프로그램. 안내자가 옆에서 승마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전한다.

기초적인 기승술을 익혔다면 이제는 말에게 신호를 주어 조금씩 움직일 차례다. 앞서 안내자에게 배운 내용을 곱씹으며 원형 마장을 천천히 돌아보자. 기초적인 기승술을 복습하고 말과 교감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짜릿하다. 처음 만나 인사한 사이인데도 어색함이라고는 없다. 잘 훈련된 덕분이다. 원형 마장을 몇 바퀴 돌면서 기승술에 익숙해지는 단계까지가 ‘승마 체험’에 해당한다.

여기서 멈추기에는 아쉽다. 승마인들이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을 찾는 이유는 외승 때문이니까. 외승은 해변 옆으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의 오솔길을 따라 거닐거나 탁 트인 백사장을 마음껏 달려 보는 프로그램이다. 말을 무서워하지만 않는다면, 초보자도 충분히 외승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장 쉬운 외승 프로그램은 원형 마장에서 기본 승마 기술을 익힌 뒤, 소나무 숲을 지나 해변으로 나갔다 오는 코스다. 전문 승마인들은 기호에 따라 소나무 숲 또는 해변을 마음껏 질주하겠지만 초보자는 안내자가 동행하니 걱정하지 말자.

말에 올라탄 채 소나무 숲에 들어서자마자, 자연의 고요한 분위기가 사방을 감싸고 돈다. 말과의 교감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속도를 내기란 쉽지 않다. 조금 더 빠르게 달려보고 싶어도 초보자로서는 말의 속도에 따를 수밖에 없다. 대신 말은 소나무 숲의 고즈넉한 풍경을 마음껏 즐기게 해준다. 일정한 박자에 맞춰 덜컹거리는 안장에 올라타 있지만, 왠지 모르게 안락하다. 새가 날아들거나 강아지가 뛰어다녀도 말은 침착하게 걸음을 옮긴다. 신뢰가 쌓인 것이다.

소나무 숲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명사십리 해변이 등장한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백사장은 마치 소금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몽환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언젠가 마음껏 달려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만큼 해변이 끝없이 이어진다. 말은 숲길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같은 속도로 나아간다. 안정적인 자세로, 견고한 모래사장을 걷는다. 이따금 말발굽이 갯벌에 빠지기도 하지만 말은 익숙한 듯 안정적으로 걸음을 옮긴다. 여러 번 겪어본 일이라는 듯이 기승자를 달랜다.

시간대를 잘 맞춘다면 해 질 녘의 명사십리 해변을 감상하며 승마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황금빛으로 물든 명사십리 해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데 말을 타고 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수많은 승마인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니 꼭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승마 초보여도 걱정하지 말자. 안내자가 말의 속도를 안전하게 조절해 해변 질주의 낭만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상하농원 파머스카페 상하의 아이스크림
상하농원 파머스카페 상하의 아이스크림

고창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곳곳에 둘러볼 만한 곳도, 맛있게 즐길 만한 음식도 많기 때문이다. 휘게팜 고창해변승마클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상하농원이 있다. 동물농장과 공방, 농산물 판매장, 숙박 시설 등이 한데 모인 ‘농촌 테마 빌리지’다. 소나 양에게 먹이 주기, 치즈와 소시지 등을 직접 만드는 체험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상하농원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류를 활용해 만드는 음식을 맛볼 만한 식당도 운영한다.

학원농장 청보리밭으로 이어지는 숲길
학원농장 청보리밭으로 이어지는 숲길

백제 위덕왕 24년(577) 창건된 선운사는 선운산 도립공원의 도솔천 계곡을 품은 천년 고찰이다. 대웅전을 비롯해 금동지장보살좌상,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 등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다수 보유함은 물론 수령 500년이 넘는 동백숲까지 가꾸고 있다. 도솔암까지 계곡 산책로가 잘 정비돼 휠체어·유모차도 이동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글·사진: 김정흠(여행작가)
출처: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korean.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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