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볼까?] 475. 인천 옹진군

모도로 넘어가는 연도교 왼쪽에 보이는 조각 작품
모도로 넘어가는 연도교 왼쪽에 보이는 조각 작품

좋은 시기는 늘 짧았다. 우리나라의 봄이 매번 그랬다. 물러설 것 같지 않던 혹한의 계절을 기어코 밀어내고 선물처럼 도착한 따뜻한 기운도 잠시. 어느새 작별할 준비를 하려는 봄의 뒷모습을 보며 괜히 마음 한구석이 조급해졌다. 이렇게 보낼 수만은 없지. 여전히 봄 기운 가득한 여행지가 어디일까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섬이 서쪽 바다에 보석처럼 떠 있는 신도와 시도, 모도다. 자전거나 바이크 라이딩도 가능하니 봄 여행지로 이보다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더위가 몰려들기 전 라이딩하며 보는 섬 풍경이 궁금해 서쪽을 향해 떠났다.

신도와 시도, 모도는 인천의 용유도와 강화도 사이에 자리한 섬이다. 하루 여행을 즐기기에 여러 장점을 지닌 곳인데 그 첫 번째가 편리한 교통이다. 세 개 섬 여행의 출발점이 신도인데 삼목선착장에서 배로 10분이면 닿는다. 삼목선착장 또한 운서역(공항철도) 기준 버스로 20여분 거리다.

삼목선착장
삼목선착장

삼목선착장에서 본격 여행을 시작했다. 바다 건너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보이는 신도가 봄 기운 내뿜으며 기다리는 듯했다. 출항 시간이 다가오자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자기 자전거나 바이크를 가져와 입도하는 이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라이딩 매니아들에게 신도, 시도, 모도 일주도로는 이미 유명한 코스다. 세 섬은 연도교로 연결돼 이동도 매우 편하다. 걸어서 섬을 돌아보려는 여행객도 제법 많다.

신도선착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자전거와 바이크를 빌릴 수 있는 업체가 운영 중이다. 섬 도로의 특성상 오르막길이 많아 자전거를 대여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바이크를 처음 타는 여행객에게는 업체 대표가 조작법을 가르쳐준다. 신도선착장 근처에서 렌탈 업체를 운영하는 박상대 대표는 바이크를 타는 고객들에게 출발 전에 충분히 연습하라고 조언했다.

“운전 방법은 간단해도 회전 각도나 속도감이 자전거와 완전히 달라 공터에서 연습하고 가는 게 좋아요.”

바이크 렌탈 업체 대표가 라이딩 코스를 설명해준다
바이크 렌탈 업체 대표가 라이딩 코스를 설명해준다

박 대표는 사무실 책상에 붙여 놓은 약도를 일일이 가리키며 최적의 라이딩 코스도 추천해줬다. 신도선착장에서 출발해 시도를 거쳐 모도까지 갔다 돌아오는 동선이 약도에 잘 표시돼 있다. 특히 급경사나 진입이 금지된 곳은 여러 차례 주의를 당부했다.

“신도와 시도, 모도는 라이딩을 하면서 해변과 산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는 섬입니다. 바이크나 자전거로 이 섬들을 모두 돌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계절이죠. 1년 중 봄에 산과 들이 제일 예쁘거든요. 안전 속도 유지하면서 마음껏 즐기다 오세요” 출발하자마자 과연 가파른 경사가 나왔다. 섬은 섬이구나 싶을 때 알록달록한 시설물이 시선을 붙잡았다. 무지개 색깔로 도로 양옆 경계를 표시하고 있는 방호벽이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흔한 도로 시설물에 반짝이는 색감을 입힌 누군가의 정성에 새삼 감탄했다. 이 섬에 멋을 부린 감각은 방호벽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곱게 분홍빛을 칠한 지붕도 자주 눈에 띄었다. 푸른 바다와 도로 위 무지개 색깔 방호벽, 분홍빛 지붕까지. 신도와 시도, 모도를 예술의 섬으로 부르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신도벚꽃길
신도벚꽃길

길은 이내 신도벚꽃길로 접어들었다. 최근까지 수줍은 벚꽃들이 하나둘 피어 꽃터널을 만들었던 도로다. 빛나는 청춘 같은 섬 길은 연둣빛으로 바뀌어 있겠지. 여행까지 와서 서둘 필요가 있을까. 바이크에서 잠시 내려 추억을 마음에 저장했다.

길은 금세 시도로 넘어가는 연도교로 이어졌다. 시도는 세 섬의 행정기관이 모인 곳이다. 북도면사무소와 우체국, 주민 편의시설 등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시도의 중심가를 빠져나오자 길 양쪽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한적한 섬 풍경이 이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시야가 트이더니 모도로 넘어가는 연도교가 나왔다. 다리 입구 왼쪽 갯바위 위로 특이한 조형물이 보였다. 지금 가는 조각공원을 조성한 이일호 작가의 작품이다. 드넓은 바다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배미꾸미조각공원
배미꾸미조각공원

이일호 작가의 작품을 더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모도에 있는 배미꾸미조각공원이다.(입장료 성인 기준 2000원) 수십여 개 작품이 해안가에 설치돼 있는데 바다 풍경과 더불어 작품 감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밀물과 썰물 때로 바뀌면서 바닷물에 일부 잠겼다가 서서히 나타나는 나무 모양의 작품이 해안가에 서 있는가 하면 사람 모습을 닮은 작품까지 다양했다. 바다 너머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착륙하는 항공기 또한 수시로 볼 수 있었다.

신도성당
신도성당

돌아가는 길에 수기해수욕장을 들렀다. 모래가 곱고 풍경이 아름다운데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카약과 패들보드 체험도 가능하다. 성수기를 앞둔 해수욕장에서 여유롭게 해변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다. 신도로 넘어가서는 신도성당에 들렀다. 성당 내부로 들어간 순간 청력에 휴식을 주는 느낌을 받았다. 외부 소음에서 완전히 해방된 듯 성당 내부에 고요함만 흘렀기 때문이다. 조용한 성당에서 잠시 마음을 쉬다 신도선착장으로 돌아와 하루 여행을 마쳤다.

글·사진: 이시우(여행작가)
출처: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korean.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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