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의, 상가 갈등 원인
아파트 입구 4곳 모두 막아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아파트에서 아파트 입구 4곳이 모두 차량으로 봉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출동한 경찰관의 모습. [사진출처=온라인커뮤니티]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아파트에서 아파트 입구 4곳이 모두 차량으로 봉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출동한 경찰관의 모습. [사진출처=온라인커뮤니티]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방송에서나 보던 일을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 아파트의 모든 입구가 틀어막혔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는 정말 암담했다. 그래도 큰 사고 없이 마무리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 1일 아파트 4곳의 입구가 9시간 막혀 있었던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아파트 A소장의 말이다.

여느 때처럼 출근한 A소장은 아파트 1게이트 입구를 자동차가 틀어막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CCTV로 상황을 확인하면서 일단 입주민에게 안내방송을 했다. 아파트에는 총 4개의 입구가 있었다. 일단 막힌 입구를 제외한 다른 게이트로 입주민을 안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2게이트, 3게이트, 4게이트. 총 4개의 게이트가 순차적으로 막히기 시작했다.

주차비 문제로 입주자대표회의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가관리단 차량이 4곳의 아파트 입구를 모두 막아버린 것이다. 

A소장은 "상가와 입주민 주차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아 상가 이용 명목으로 아파트 주차장을 외부인이 사용해 주차난이 심각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가 이용 주차공간에 대한 관리와 방문증 사용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협상은 결렬됐고 상가측 차량이 아파트로 진입을 시도하다 방문증이 없다는 이유로 제지당하자 운전자가 차를 방치하고 떠났다"고 설명했다. 

A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교통 정리 인원을 배치한 것이다. 출구를 통해 들어오는 차량과 나가는 차량이 모두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입구 봉쇄가 길어질 것을 대비해 교통 통제에 사용하는 러버콘과 안내문도 준비했다.

4000세대가 넘는 대단지였던 만큼, 민원 전화도 빗발쳤다. 신고를 받고 관할경찰서에서도 출동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냥 이야기를 듣고, ‘당사자끼리 원만히 해결하라’는 정도의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A소장은 차량 견인도 요청했다. 서울시 다산콜센터를 통해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사적 자치 구역이라 지자체에서 견인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사설 견인업체까지 불렀다. 그러나 업체도 꺼렸다. 견인하기 위해서는 차주가 있어야 하고 차주의 허락 없이는 견인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특히 외제차는 더.

입구를 막은 차량의 차주들이 스스로 차를 빼고 나서야 봉쇄가 풀렸다. 1게이트에 차량을 방치한 채 운전자가 자리를 떠나고 9시간가량이 지나서다.

A관리소장은 “사적 자치 구역이라는 이유로 경찰도, 지자체도 누구 하나 손쓸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답답했다”며 “그럼에도 관리사무소의 안내에 잘 따라준 입주민과 하루 종일 수신호로 교통 정리를 해준 직원들에게도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현재 아파트 측은 입구를 막은 차량 주인들을 상대로 업무방해죄로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현행법상 아파트 입구를 틀어막은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견인 등의 행정 조치는 아파트 주차장 등 사유지의 주차장이 아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에 개방된 주차장을 대상으로만 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교통방해죄,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은 가능하다. 의정부지방법원은 경비원이 주정차 위반 스티커를 부착한 것에 앙심을 품고 주차장 출입구를 가로막은 차주에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교제를 거부한 애인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 입구를 차량으로 막으라고 지시한 남성과 이를 실행한 남성의 지인을 업무방해교사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각각 벌금 7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사유지 불법주차 민원 건수는 2010년 163건에서 2020년 2만4817건으로 10년간 153배 증가했다.(일반 불법주차 민원은 2020년 기준 약 314만건) 권익위가 2022년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8%가 ‘사유지 불법주차에 대한 행정력 집행 근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관련해서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공동주택관리법, 집합건물관리법 등 20여개의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사적 자치 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 자제’, ‘행정력 부족’ 등을 내세우며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이번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아파트 입구 봉쇄 사건이 발생하고 약 1주일 후 강동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특별한 이유 없이 1시간이 넘게 공동주택 및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 공공 통행로를 차량으로 막아둘 경우’ 지자체장이 견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일명 ‘길막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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