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민원 153배 증가
관련법안은 국회 계류 중

지난 3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민폐주차 차량. 차단기 앞에 수 시간을 주차했다.
지난 3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민폐주차 차량. 차단기 앞에 수 시간을 주차했다.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얼마 전 집합건물 주차장 입구를 자신의 자동차로 틀어막아 차량의 통행을 완전히 차단한 남성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일주일간 주차장 입구를 봉쇄한 이 남성은 이후 차를 빼면서 “주차비 갈등 등으로 억울해서 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도록 주차장 입구를 막게 됐다”며 “진즉에 차를 빼려고 했으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부끄러워 나서지 못하고 일주일간 방치하게 됐다”고 답했다. 

위 사례와 같은 진출입로 방해는 물론 이중주차, 무단 주차 후 연락 두절과 같은 주차질서 위반행위들은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 등의 부설주차장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일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사유지 불법주차 민원 건수는 2010년 162건에서 2020년 2만4817건으로 10년간 153배나 증가했다. (일반 불법주차 민원은 2020년 기준 314만건) 그러나 차를 다른 장소로 견인하거나 이동 제한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행정조치는 공공에 개방된 주차장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이에 권익위가 지난해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동주택 등 사유지 내 주차갈등 해소방안 국민의견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연립주택 등 사유지 불법 주차행위에 대한 행정력 집행 근거가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98%에 달했다. 권익위는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 정부에 사유지 주차질서 위반행위에 대한 입법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공동주택관리법,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집합건물법, 주차장법 등 20여개가 넘는 관련 법률안들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관리규약 통해 해결 권고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주차장법 등 개정안에 대해 “민간 부설주차장은 사유지 주차장으로서 해당 시설의 입주자 및 관리자의 공동규약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관리·운영되고 있어 민간의 자율영역인 부설주차장의 질서유지위반까지 행정청의 관리감독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관리규약 등에 주차질서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기도는 “공동주택 및 민간 부설주차장 내 주차질서 위반에 대한 행정제재는 사적영역에 대한 행정력의 과도한 개입으로 여겨질 우려가 있으며 불법주차 관련 민원 처리에도 행정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차 공간이 부족한 사유지 내 주차 위반행위 관여 시 소송 및 다수의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동주택 관리규약 등에 따라 층간소음, 간접흡연 등과 같이 주차질서 위반행위 방지조항을 신설해 자체 관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는 등 입주자 및 관리자가 합의한 규약 등에 따라 자율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은 “사적영역이라고 해서 개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음주운전도 과거에는 ‘도로’에서의 주행만 처벌했으나 지금은 아파트 단지 내 음주운전도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사적영역에 대한 국가 행정력 적용은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 어떤 방법으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하고 어느 수준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조심해야

결국 사유지 주차질서 위반행위에 대해 현재 관리사무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경고장 등을 통해 안내하거나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법적 처벌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0년 교제를 거부한 애인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모 아파트의 주차장 입구를 차량으로 막으라고 지시한 남성과 이를 실행에 옮긴 남성의 후배에게 업무방해교사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각각 벌금 7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했고, 의정부지방법원은 자신의 차량에 주정차 위반 스티커를 붙인 것에 앙심을 품고 아파트 주차장 출입구를 차량으로 막은 입주민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진입로를 막고 있는 주차질서 위반행위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민간 견인업체를 호출한다든지, 지정 장소 외에 주차된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잠금장치를 체결하는 행위, 지나치게 강력한 성능의 경고 스티커를 부착해 스티커 제거에 비용이 들거나 차량 선팅 등을 훼손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기남 미래주거문화연구소장은 “공동주택 내 주차질서 위반행위에 대해 관리주체 차원에서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보니, 결국 문제를 공론화시켜 문제를 해결하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각지 못하게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며 “주차질서 위반차량에 대한 관리사무소의 조치 등을 입주민에게 알리기 위해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번호판 등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소장은 “되도록 관리사무소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촬영해야 한다”며 “직원 개인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촬영했다가 개인의 휴대폰에 상대방의 개인정보 등이 담긴 사진이 남아 있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된 사례가 있으니 만약 개인 휴대폰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보고용 문건 등을 작성했다면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은 사용 후 삭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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