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관리산업연구원 박종두 원장
한국주택관리산업연구원 박종두 원장

오는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인천지역 예비후보가 민생공약 제1호로 ‘아파트 반값 관리비’ 실현을 내세웠다. 이 예비후보는 위탁관리회사 주도로 결정되는 ‘깜깜이’, ‘묻지마’ 식 관리비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아파트에 대한 위탁관리를 자치관리로 변경해 ‘반값 관리비’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예비후보는 과다 관리비의 주범으로 위탁관리업자를 지적해 관리비의 거품을 들고 있다.

무려 90%에 달하는 공동주택이 위탁관리를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해답은 공동주택이 점점 대단위 단지화·고층화되고 각종 부대시설이 첨단화됨으로써 관리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성이 강화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위탁관리의 실태는 위탁관리업자가 관리사무소장과 관리원을 파견해 관리업무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지휘·감독 아래 집행하고 그 책임은 위탁관리업자가 부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더 이상 위탁관리를 외면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예비 후보자는 위탁관리를 자치관리로 전환해 ‘반값 관리비’를 실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후보자의 공약대로 과다 관리비의 주범은 위탁관리업자의 ‘깜깜이’, ‘묻지마’식 용역비에 있는가?

공동주택의 관리비로서 ‘공용관리비’는 일반관리비와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지능형네트워크설비유지비, 수선유지비, 위탁관리수수료 등으로 규정한다. 이 중 위탁관리 용역 일반관리비는 관리사무소장과 관리 인력을 배치해 입대의의 감독하에 관리하고 관리용역비를 인건비 단위로 지급한다. 또한 관리업자의 용역 대가는 계약상 ‘위임’을 준용해 용역의 대가(보수) 아닌 비용을 항목으로 해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세대당 월평균 800원에 불과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공용관리비 중 일반관리비 ㎡당 471원의 1.7%인 8원에 불과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시설물관리와 경비, 청소용역에 대한 대가 19%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 관리비 내용 및 부담에 대한 입주민의 만족도 조사(출처, 2022 경기도 관리비표준화용역, 한국주택관리산업연구원)에 의하면 과다 관리비 내역으로는 관리급탕비, 일반관리비, 공동전기료를 들고 있다. 따라서 공동주택의 과다 관리비가 위탁관리와 무관할 뿐만 아니라 ‘깜깜이’, ‘묻지마’식 용역비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예비 후보자는 ‘반값 관리비’ 실현의 방안으로 자치관리만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아파트 입주 전문인력(변호사, 회계사, 건축사 등)을 ‘자치관리지원단’으로 활용해 불합리한 행정제도의 개선,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지원, 공동주택 시설유지보수 지원, 입주 후 하자발생에 대한 건설업체와의 갈등 중재, 법률서비스 지원 등의 체계화를 제안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안 또한 공동주택의 위탁관리와는 무관하다.

“무심코 던진 돌에 연못의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정치인의 공약이 표심을 잡는데 있다고 하지만 사실 아닌 사실을 그것도 다수당 예비후보의 공약으로 내세워 특정 업계를 호도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 1만7198개 단지, 1033만5627세대, 관리비 규모가 연간 약 24조원(2022년 기준)에 이르고 그 등록 관리업자 672개 업체에 종사하는 기술 인력 3000여명과 관리 인력만 20만여명에 달해 규모면에서는 이미 산업화에 진입했다. 하지만 주택관리업의 현실은 불투명한 위탁관리 형태와 용역비, 빈번한 관리업자 교체로 고용의 불안전 및 과도한 행정적 규제로 인한 전문관리업으로서의 역할은 커녕, 생존에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위탁관리체계를 과감히 개선해 공동주택관리업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다할 주택관리업의 산업화를 지원할 정책을 내세울 정당과 후보자는 없는가? 기대 없는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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