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동주택 위탁관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회사와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하고, 관리회사는 소속 직원들을 아파트에 파견해 관리한다. 관리직원은 관리회사 소속으로 근로계약이 체결된다. 그런데 관리회사와 관리직원의 근로관계는 너무나 비정상적이다.

먼저 관리회사가 관리직원의 사용자라면 관리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아파트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관리직원의 급여는 입대의가 직접 지급하거나, 4대 보험 가입과 소득원천세도 입대의가 납부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관리직원이 입대의 직원처럼 보인다. 물론 대법원은 위탁관리의 경우 관리직원의 사용자는 관리회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관리직원의 급여는 제3자인 입대의가 지급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관리직원들의 근로기간도 이상하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잘못이 없다면 해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고한다면 회사는 부당해고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근로자를 직접 해고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당하지 않은 사유를 근로계약의 종료 조건이나 기간으로 정한 경우 역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이런 근로기준법의 규정은 당연히 관리직원의 근로계약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회사는 관리직원을 임의로 해고할 수 없고 정당하지 않은 사유를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으로 설정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위탁관리계약이 종료되면 근로계약도 당연히 종료되는 것으로 약정했다면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위탁관리계약의 종료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위탁관리계약 종료를 관리직원과 체결한 근로계약의 종료 사유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입대의, 직원, 회사 모두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대의는 관리를 위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이유로 관리직원의 인사 문제, 급여 지급 등에 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용관리비를 관리회사에 지급해 회사가 직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토록 하면 관리회사가 중간에서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관리회사는 공용관리비의 1%도 되지 않는 위탁관리 수수료를 받으면서 급여의 지급이나 4대 보험 가입 등 관리직원의 인사관리를 할 이유가 없다. 관리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일반관리비나 이윤이 지급될 수 없는 상황에서 직원 채용이나 급여 지급과 같은 인사관리까지 하게 되면 손해가 크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근로계약과 관련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입대의는 관리회사에 관리직원의 인건비를 포함한 용역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직원의 급여도 지급하고, 4대 보험도 가입하고, 소득원천징수세도 납부해야 한다. 관리회사는 소속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휘·감독하고 교육해야 한다.

따라서 관리회사의 일반관리비 등도 용역 대금에 포함돼야 한다. 회사는 직원을 임의로 해고할 수 없어 위탁계약이 종료돼도 다른 사업장에 재배치하는 등 근로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공동주택의 관리산업 발전을 위한 첫걸음은 제도개선 방안을 찾는 것이 아닌 비정상적인 현상들을 정상화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물론 오랜 관행, 규제중심주의, 서로에 대한 불신, 저렴한 관리비에 대한 통념 등으로 정상화 방안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관리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관리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가능한 출발점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 모두 고민해 봐야 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