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자              주택관리사          LH주거복지정보 주택지원센터 차장
정영자              주택관리사          LH주거복지정보 주택지원센터 차장

한양에서 동쪽 정방향 깊은 골짜기
이백만 년 전이라 했던가
세찬 푸른파도에 깎이고 깎이다
불끈 용솟음쳐올라
동해가 되었다.

正東沈谷 바다부채길
소나무 언덕 지나
몽돌길 크고작은 염원은
기암괴석 주상절리
철썩대는 파도소리에 실려가고

철구조물 철컹대는 발길
모랫길 사각거림은 그리움이 되고
철조망 사이 야생화도 뜸해질 무렵
막다른 벼랑길
번쩍 고개들어 마주서는 순간

아, 내가 너를 보러 여기 왔구나.
간절한 기다림 침묵의 시간들
님 그린 푸른바다 향해
보랏빛 별꽃축제를 펼치는
최고의 석부작!

가파른 절벽 타는 목마름
한줌 흙 물기찾아 뿌리 내리고
모나지 않은 두툼한 잎으로 모두워
환한 얼굴로 맞아주는 海菊!
네가 바로 수행자요, 구도자로구나!

<詩作노트>
코로나19의 긴 터널은 사람들의 가치척도와 삶의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고, 삶과 죽음, 소유와 무소유, 가족과 동료와의 관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유기성 등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여럿이 왁자지껄 여행을 다닐 때의 즐거움도 크지만, 한두명의 친구와 또는 홀로 떠나는 여행길에서 자연과의 교감은 깊게 이뤄진다.

동해안을 함께 여행하던 일행이 부채길에 다다라서는 그만 걷고 시원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자고 했다. 혼자서라도 다녀오겠다고 뙤약볕에 호기롭게 나선 것을 금세 후회했다.

모랫길이 아닌 철 구조물로 만든 길을 철컹철컹 걸었다. 깊은 동해와 절단된 사면 풍경이 절묘하다. 폭풍우와 풍랑에 길이 끊겨 막다른 길, 저 높은 절벽 위의 한 줌 흙에 뿌리를 내리고 지극정성으로 간구하는 구도자를 만났다.

꽃말이 ‘침묵’이라는 해국, 아직 피어나지 않았어도 곧 피어날 보랏빛 꽃도 보였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하며 제자리를 지키는 시간들, 사람들이 보인다.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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