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자              주택관리사          LH주거복지정보 주택지원센터 차장
정영자              주택관리사          LH주거복지정보 주택지원센터 차장

꽃이 안보이면
보지 못한다
보고서도 모른다
없다하면 그만이다
꽃없이 달린 열매
無花果 아닌가
달다 안달다
베어물면 그 뿐

어찌 내 속을 다 알아주길 바랄까
살아가는 이유가 오직
내안에 깃든 이를 찾아오는
지순한 사랑이 있고
입안 가득 풍미를 느끼기 전
내 안에 한가득 작은 송이송이
아름다운 꽃송이
그윽히 바라보는 그대도 있으니
나는야 그래도 행복한
無花果꽃!

<詩作노트>
고백하겠습니다. 제가 얼마나 무식한지를요. 무화과는 진짜 꽃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한자를 익히고서는 친구나 언니에게 잘난 척하면서 꽃이 없으니까 無花果라 설명도 했지요. 무화과 열매의 껍질 부분이 꽃받침이고, 그 주머니 속이 온통 꽃송이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매우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모르니 ‘없다’하고, 보지 못했으니 ‘없다’ 하고, ‘카더라’통신으로 전달받고, 잘못 전달한 것들이 어찌 무화과꽃뿐일까요!

암컷 좀벌은 날개가 바스러지는 고통을 감내하며 수컷 좀벌이 있는 수꽃을 찾아가 알을 낳고 날개가 망가졌으니 나가지도 못하지요. 수컷은 그 알에 사정해 수정이 이뤄진 후 생을 마감하고요. 무화과 좀벌이 드나드는 구멍이 있는 것을 보았고, 벌겋게 익은 과육 어디쯤 좀벌이 녹아있을 것 같아 몹시도 좋아하던 무화과를 한동안 먹지도 않았지요. 다행히 시중에 출하되는 먹거리는 암꽃 무화과이고 하우스에서 재배돼 좀벌의 사체가 녹아있지는 않다고 하는데 이 또한 ‘카더라’통신일까요?

올해는 내가 먹는 무화과가 혹여 수꽃무화과 일지라도 반으로 쪼개어 주변 사람들과 수많은 꽃송이를 감상하며 맛나게 먹고 싶은 마음에, 수년 전부터 끄적거리던 무화과 시를 서둘러 퇴고했답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