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자              주택관리사          LH주거복지정보 주택지원센터 차장
정영자              주택관리사          LH주거복지정보 주택지원센터 차장

한 잎 남김없이 떨궈낸
상수리나무 언덕을 지날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늘보고 양팔벌려
온 몸으로 숨을 쉬고

바스락거리는 이파리를 잔뜩이나 달고있는
어린 신갈나무 만나면
들숨과 날숨은 아주 천천히
눈빛은 벌써
두툼해진 겨울눈을 응시하지

소나무 아래 언덕바지
초록기가 보일듯 말듯 빛바랜 연갈색
안그래도 가늘디가는 머릿결
부스스한 것이 살아는 있는건지
가는잎그늘사초가 자꾸만 말을걸어

기억에 없는 잔가지 나무등걸
글쎄, 누구일까 다가서면
겨우내 새들에게 나눠줄
불그죽죽 팥색열매
팥배나무도 정겨웁다

겨울숲에 한 발짝 들어서면 켜로쌓인 낙엽이 서서히 흙이되는 시간들
온전히 비춰오는 햇살에 내마음의 한기도 녹아나고
복수초와 노루귀도 보여주고
길마가지 백서향 알싸한 향기까지 약속하는
겨울숲이야!

<詩作노트>
숲은 언제나 좋습니다. 발을 잘못 디디면 보이지 않는 새 생명이 밟힐까봐 조심스런 새봄에도, 녹음 우거진 여름숲은 더할 나위 없고요. 가을 숲은 환상 그 자체입니다. 겨울숲은 황량한 듯 하지만 알고보면 넉넉하고 든든하고 생명의 온기가 어느 때보다도 충만함을 느낍니다. 나목(裸木)의 우람한 줄기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까치집이나 겨우살이를 만나면 한참을 더 쳐다보고요. 가녀린 사초를 보면 추위를 견디는 게 대견하고 안쓰럽습니다. 열매달고 새를 부르는 나무는 그 후덕함에 함께 넉넉해집니다.

겨울숲은 든든한 약속입니다. 자신과의 약속도, 주변 사람들과의 약속도 잘 지켜가는 우직한 사람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으니(하긴 그렇게 할 수도 없지만요) 오래된 친구만큼 든든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계절보다도 겨울숲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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