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자              주택관리사          LH주거복지정보 주택지원센터 차장
정영자              주택관리사          LH주거복지정보 주택지원센터 차장

폭우에 휩쓸린 산자락
말 잃은 깊은 한숨 사이
둥지잃은 까치들의 아우성 소리
그제서야 퍼뜩 오래된 층층나무를 찾는다

해마다 여린가지 층층이 쌓아가던
아파트나무라고 애들이 좋아하던
듬직한 바위에 기대어 서 있으니
한때는 내가 몹시 부러워도 했던

무던히도 듬직하던 바위가 없다
층층나무도 없다
아니, 있다
저만치에 휩쓸려 다른 나무와 뒤엉켜
기대섰던 바위보다
더 큰 바위를 붙들고 모로 누었다
층` 층` 나무가

이제야 알겠다
층층나무는 바위에 기대어 서있지 않았다는 것을
층층이 뻗어가던 가지도
시원스레 피어나던 하얀 꽃들도
속깊은 뿌리의 일이었음을

안간힘으로 마지막까지 움켜쥔 것이
흙더미도 바위덩이도 아닌
여리디 여린 연둣빛 이파리였음을!

<詩作노트>
지인이 충청도에서 수일째 수해복구 지원 중이라고 했다. TV를 보니 물을 피해 비닐 하우스에 올라가 위험에 빠진 소를 구조하는 현장도 보였다. 어떤 분들은 당장이라도 달려가겠다고 버스를 급하게 대절하더니 피해농가들의 하우스 시설 복구를 돕고 식기들을 세척하는 등 어려움을 함께 하고 왔다. 수년 전 폭풍우에 바위를 부여안고 무너져 있던 수십 년된 고목을 본 적이 있다. 그 모습은 내가 본 어떤 사랑보다도 깊고 큰 사랑이었다. 그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참담한 모습 속에서 사용해 본 적도 없는 ‘Chanel No.5’ 향수가 뜬금없이 떠올랐고, 나무뿌리의 큰 사랑을 시로 쓴다면 ‘사랑. 5’라는 제목으로 시를 쓰려고 메모를 해두었다. 그리고는 잊고 지냈다.

그런데 지난주 마을 뒷산 산책길에 이번 폭우에 쓰러진 나무를 또 보았다. ‘사랑.5’가 떠오르고 내가 일부러 찾아가보는 층층나무가 퍼뜩 생각났다. 후두둑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나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다. 다행히 층층나무는 우뚝 서 있었다. 광릉수목원에서 이른 봄에 찍은 사진의 연둣빛 층층나무 신초와 바위를 안은채 휩쓸린 나무뿌리의 이미지가 일렁였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긴급한 사고를 당했을때,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위도 행여 아기가 다칠세라 온몸을 웅크려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이랄까? 깊고 그윽한 사랑을 가진 사람들과 생명체들이 많은 것들을 지켜내고 유지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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