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40

날이 더워지면 동네 앞으로 흐르는 냇물은 크나 작으나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한다. 한여름 내리쬐는 따가운 뙤약볕 아래 물놀이만큼 좋은 피서는 없을 테니 말이다. 거기다 냇가에 때동나무(때죽나무의 전라도 사투리) 몇 그루 서 있어 그늘까지 만들어주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돌과 뗏장으로 개울물을 에우고 잘팍해진 웅덩이에 때동나무 가지 네댓 개 꺾어다 돌멩이로 찧어대면 물고기들이 하나둘 맥을 못 추고 허우적댄다. 어릴 적 시골에 살았던 분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기잡이 추억이다.

때죽나무 열매
때죽나무 열매

때죽나무는 열흘 남짓한 꽃 천지를 끝으로 윤기 나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데 그 모습이 마치 스님들이 떼로 걸어가는 모습을 닮은듯하다. 은행보다는 조금 작으면서 길쭉한 열매는 익으면서 은회색이 된다. 안에는 딱딱한 씨앗이 하나씩 들어 있고 가을을 넘기면서 껍질이 벌어져 씨앗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 때죽나무가 조경수로서의 가치를 평가받으면서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입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흐뭇한 일이다.

때죽나무 꽃
때죽나무 꽃

싱그러운 오월, 햇살이 눈 부신 근로자의 날 무렵이 대체로 때죽나무의 꽃 피는 시기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처럼 새하얀 꽃을 피우는 때죽나무는 하나씩 피는 것이 아니라 서너 송이씩 모여 달리는데 나무 전체를 뒤덮을 만큼 흐드러지게 많다. 마치 초파일 연등이 걸린 듯한 꽃들은 진한 향기를 내뿜는데, 다소곳하게 아래로 향하고 있어 정겹다. 영어 이름 ‘Snow bell’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때죽나무 잎
때죽나무 잎

강천산에 살라네
                                              –김용택–

유월이 오면
강천산으로 때동나무 꽃 보러 갈라네
때동나무 하얀 꽃들이
작은 초롱불처럼 불을 밝히면
환한 때동나무 아래 나는 들라네
강천산으로 때동나무 꽃 보러 가면
산딸나무 꽃도 있다네
(중략)
 

조경수로 단지에 심어진 때죽나무
조경수로 단지에 심어진 때죽나무

때죽나뭇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의 때죽나무는 키가 10여m까지 크며 수분이 좀 있는 계곡을 따라 잘 자란다. 하얀 꽃과 앙증맞은 열매가 무더기로 열리는 나무 자체의 매력을 뒤늦게 인정받아 조경수로 심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조금 여유가 있는 공간이라면 정원수로 홀로 심어도 좋으며 공해에 강하고 도심지의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덕분에 도시의 가로수로도 좋을듯하다. 해남 도솔봉 주차장에서 도솔암에 이르는 700여m 오솔길이 때죽나무 꽃내음 물씬 풍기는지라 걸을만하다.

때죽나무 씨앗
때죽나무 씨앗

때죽나무로 이름 붙여진 설이 몇 있지만 그중에서도 위에 소개한 추억처럼 때죽나무의 마취성분을 이용한 물고기들의 떼죽음이 가장 그럴듯하다. 때죽나무잎은 특별할 게 없지만 별처럼 많은 꽃과 꽃에서 날리는 향기는 쪽동백꽃에 버금갈 정도로 매혹적이다. 요즘엔 분홍 꽃에다 수양버들처럼 아래로 축 늘어지는 수양 때죽나무를 원예종으로 개량해 기르는데 아직은 낯설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과 함께 풀벌레 소리가 유난스럽다. 가지마다 은회색 열매 무수히 달린 때죽나무가 단지에 멋스러움을 더하는 9월이다.

때죽나무 수피
때죽나무 수피

※ 관리 포인트
- 추위에 강해 전국 어디서나 심어 기를 수 있으며 병충해에 비교적 강한 편이다.
- 자생지는 반그늘이지만 양지에서도 잘 자란다. 특히 물을 좋아하는 나무라서 습기가 많은 땅에서도 잘 자란다.
- 번식 방법으로는 씨앗을 심어 기르거나 가지를 꺾어서 흙에 꽂는 꺾꽂이와 접붙이기가 있다.
- 잔뿌리가 많지 않으므로 잎이 나오기 전 이른 봄이나 잎을 떨군 가을에 옮겨심기 하는 것이 좋다.
- 때죽납작진딧물 벌레혹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따서 태워버리되 벌레가 혹에서 나가기 전에 해야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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