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38

8월로 접어들면서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는 초화류 말고는 나무꽃 구경하기가 쉽질 않다. 감이며 모과, 대추 같은 과실들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 살을 찌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 그나마 꽃댕강나무의 꽃이 산책길에 향기를 더하는 정도다. 늦가을 자수정 구슬을 만들기 위한 좀작살나무꽃의 몸부림이 연이어지지만 작은키나무들의 외침이다 보니 정원에 색을 입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 가운데 20~30m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성하고 품위 있는 생김새에 우윳빛 꽃을 덮어쓴 나무가 있으니 바로 회화나무다.

칠백살 된 정동 회화나무
칠백살 된 정동 회화나무

옛사람들로부터 ‘선비나무’ 또는 ‘학자나무’라 불린 회화나무는 요즘 한창 꽃을 피우는데 워낙 키가 크다 보니 나무에 핀 꽃보다 산책길에서 길 위에 떨어진 꽃을 먼저 보기 십상이다. 떨어진 꽃을 보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꽃대가 휘어질 정도로 하얗게 피어난 자잘한 꽃들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회화나무 꽃
회화나무 꽃

이렇듯 회화나무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 나비 닮은 노르스름한 하얀 꽃을 피우는데 한꺼번에 피는 것이 아니라 시간 터울을 두고 시나브로 진행된다. 한쪽 꽃이 피면서 다른 일부는 살랑바람에도 후드득 떨어져 나무 아래에 두툼한 꽃덮개를 만들어놓는다.

회화나무 잎
회화나무 잎

중국이 고향인 회화나무(Scholar Tree, 槐木)는 상서로운 나무(神木)로 생각해 중국인들도 귀하게 여겼으며 회화나무를 문 앞에 심어두면 잡귀를 막아 집안이 평안하다고 믿었다.

또한 궁궐 안에 세 그루를 심어 고위 관직의 품위를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해 만년을 보내는 고향 땅에도 회화나무 심기를 즐겨 길상목(吉祥木)으로 여겼다. ‘Scholar Tree’라는 영명에서 보듯 회화나무는 여러 이유로 궁궐은 물론 향교나 사찰, 서원, 문묘, 이름난 양반 마을의 지킴이 나무로 흔히 만날 수 있으니 단지 내 조경수로 으뜸일 것이다.

회화나무 열매
회화나무 열매

회화나무는 누가 콩과 아니랄까 봐 콩꽃을 빼다 박았다. 거기다 열매는 염주를 몇 개씩 이어놓은 것처럼 잘록잘록한 꼬투리를 가지 끝에 달고 있으니 확실한 콩과 집안이다. 나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십중팔구 아까시나무로 착각하기 일쑤다. 거칠고 까무잡잡한 나무껍질도 비슷하거니와 긴 잎자루에 마주난 잎도 똑 닮았기 때문이다. 물론 꽃도 자매처럼 닮은꼴이다. 이런 회화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느티나무, 팽나무, 은행나무와 함께 오래 살면서 크게 자라 줄기 둘레가 네댓 아름에 이를 정도다.

회화나무 수피
회화나무 수피

한여름 회화나무 벗 삼아 시원한 매미 소리 들으며 더위를 식히는 건 어떨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인천의 신현동이나 창덕궁 돈화문 안마당의 회화나무가 아니더라도 정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캐나다 대사관이나 러시아 대사관의 아름다운 회화나무를 볼 수 있다. 덕수궁 정관헌의 것은 덤이다. 나이 오백 살을 훌쩍 넘겨 비록 팔다리 잘린 채 지팡이 짚고 선 늙은 나무지만 삶의 지혜 하나쯤 들려주지 싶다.

※ 관리 포인트
- 흙 깊이가 깊고 비옥한 곳을 좋아하나 물기가 적어도 잘 살고 병충해도 적은 편이다.
- 공해에 강해 황금 회화나무는 공원수로, 회화나무는 가로수로 즐겨 심는다.
- 번식은 가을에 익은 열매를 채취해 종자를 노천매장을 했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한다.
- 가지와 줄기에 방추형 혹이 생기면서 혹 표면이 갈라지는 녹병(혹병)은 잎이 일찍 떨어질 수 있으니 병든 낙엽과 가지, 줄기의 혹을 모아 태우거나 땅에 묻는다.
- 포자가 흩날리는 5월에서 9월 사이에 트리아디메폰 수화제나 페나리몰 수화제을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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