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활연구소 김유리 선임연구원
사람의 인지구조는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평소 습관이나 편한 방식대로 사고하도록 돼 있다. 우리는 매 순간 결정을 해야 하고 그럴 때마다 관련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과거 경험이나 시중에 떠도는 몇 가지 정보를 가지고 빠르고 쉽게 결론을 내리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일반화의 오류(hasty generalization)는 실생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인지적 오류 중 하나다. 극히 일부의 사례나 대표성이 없는 불확실한 자료를 가지고 성급하게 단정 짓고 결론을 도출하는 데서 오류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개별성이 두드러지는 몇몇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이들을 전체 집단으로 묶어 특정하고 “비만인 사람들은 다 게을러”, “문신을 한 사람은 불량할거야”, “MZ세대는 이기적이야”라는 식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만들기도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자신의 저서 ‘생각의 관한 생각’에서 일반화는 인간 사고의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사실과 다를 수 있으며 일반화할 때에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고 추가적인 정보나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숫자, 자극적인 단어에 눈길이 쉽게 가고 일반화의 오류는 정보가 한정적이거나 생소한 분야일수록 더 빈번히 발생한다. 공동주택 관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분야이면서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해있다. 실제로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뿐더러 관리비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단순히 금액만으로 비교하고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관리비 고지서의 항목은 크게 공용관리비, 개별사용료, 장기수선충당금으로 구분된다. 통상적으로 관리비는 이를 모두 포함한 개념으로 불리고 있지만 실제 건물을 유지관리 하는데 쓰이는 비용은 공용관리비를 말한다. 우리가 물건을 고를 때 무조건 저렴한 것을 고르지 않는 것처럼 관리비도 무조건 싸다고 좋은게 아니다. 너무 저렴한 곳은 돈을 내고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관리비용을 낮추기 위해 비용을 쓰지 않아 제때 보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후에 더 큰 비용과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공용관리비는 단지 규모, 설비, 노후도, 난방방식, 주민복리시설 규모 및 수준 등 세부 내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입주민의 성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어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옆 단지와 비교해서 우리 아파트 관리비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반복되는 공동주택 관리비리가 서민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관련 비리 근절을 위한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가스·전기요금 등 에너지 사용요금이 급등하면서 관리비 부담이 크게 증가한 시점에 아파트 관리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을 잘못 쓰면 크나큰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하나만 알 정도로 잘 모른다는 얘기일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극히 일부일 수 있고 나머지 다양한 요인과 상황이 존재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둬야 보다 정확한 판단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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