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뭇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준대요

<산바람 강바람, 윤석중 작사, 박태현 작곡>

우리나라 마을은 대부분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태로 마을 뒤편으로는 산줄기를 등지고 마을 앞에는 하천이 흐른다. 새벽이면 뒷산에서 찬바람이 내려오고 한낮에는 마을에서 뒷산으로 늦은 저녁에는 다시 뒷산에서 마을로 불어 내려오는 차가운 골바람이 있었다. 과거에는‘산바람 강바람’이라는 노래가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도시는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산허리까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숲속 찬바람은 더 이상 도심까지 도달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회색 콘크리트 건물은 열을 반사하여 도시를‘열섬’으로 만들고 원활하지 않은 대기 순환은 결국 뜨거운 공기를 도심에 가두는 ‘열돔’ 현상을 가져온다.

필자가 근무하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숲속놀이터, 도심어린이공원, 도심 내부 3곳에서 한낮 12시부터 16시 사이에 대기의 온도, 습도, 그리고 피실험자의 얼굴표면온도를 각 10회씩 열화상카메라로 측정했다. 대기 중 온도는 숲속놀이터에서 35.6℃, 도심공원에서 37.0℃, 도심에서 38.4℃로 숲속놀이터가 가장 낮았다. 얼굴표면온도 또한 도심보다 숲속놀이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났다.

열스트레스지수(PET)는 인간이 실제로 느끼는 열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도심에서는 38.7℃, 도심공원에서는 37.3℃, 숲속놀이터에서는 33.2℃로, 숲속놀이터의 열스트레스지수가 도심보다 약 16.5%가 낮게 나타났다.

나무는 잎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물을 수증기로 만드는 증산작용으로 주변의 열기를 식힌다. 태양 직사광선을 막는 나무의 그늘 효과와 지면의 반사열을 줄이는 반사열 저감효과 역시 주변 기온을 낮춤으로써 숲이 있는 곳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피난처가 된다.

시원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도시외곽숲의 산줄기와 계곡부를 활용해야 한다.
시원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도시외곽숲의 산줄기와 계곡부를 활용해야 한다.

시원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에 찬바람이 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도시외곽숲의 산줄기와 계곡부를 활용해야 한다. 대류 이외에 찬바람의 또 다른 원리인 벤투리 효과는 굵기가 다른 관에 유체를 통과시킬 때 넓은 관에서 좁은 관으로 흐를 때 유체의 속도가 빨라지는 원리다. 아파트 사이의 공간 혹은 일층 필로티 구조물 근처에 서 있을 때 느껴지는 바람이 그 예다. 바람길의 도시로 유명한 독일 슈투트가르트시처럼 우리도 도시계획과정에서 도로와 건물 등 회색인프라의 적절한 배치와 회색인프라를 숲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지형 도시숲이 우세한 유럽과 한국에서는 도시외곽숲이 이른 아침과 저녁에 도심내부로 청량(淸凉)한 바람을 공급하는 ‘바람숲’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숲길로 연결된 창덕궁과 창경궁, 그리고 종묘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에서도 서울 중심부로 찬바람을 전달한다.

한편 도시에서는 실바람(초속 0.3~1.5미터) 역시 중요하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서 있는 가로수의 숲지붕은 서로 연결돼 있고 가로수의 지면에서 잎이 있는 곳까지 높이인 지하고를 높여야 이러한 실바람이 불 수 있다. 가로수 숲지붕 아래를 걸을 때 그늘효과와 증산작용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수목 관리도 필요하다. 아파트 가로수 사이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주민들에게 고마운 바람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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