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법인이 아닌 사단(비법인 사단)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표자와 더불어 조직, 사원 그리고 정관이 존재해야 하는바, 민법상 정관은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 혹은 예외적으로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성립이 가능하다.

집합건물법 제23조는 ‘관리단의 당연 설립 등’을 표제로 해 건물에 대해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되면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해 관리단이 설립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관리단이 ‘당연 설립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며 판단 근거는 무엇이 있을까?

(사)군인공제회는 1992년 11월경 이 사건 상가건물 내 점포 21개를 분양함에 있어 영업종목은 분양 당시의 권장 및 지정 업종으로 하기로 하고, 입점 이후에는 번영회를 구성해 그 관리규약에 따라 전체 상가를 관리하기로 했다.

신청인은 같은 해 12월 3일 수분양자인 A로부터 영업종목이 슈퍼마켓으로 지정돼 있는 지하 1호 점포를 매수해 같은 해 12월부터 슈퍼마켓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한편 피신청인은 같은 해 12월 16일경 수분양자인 B로부터 영업종목이 의류점으로 지정돼 있는 지상 1층 106호 점포를 임차해 신청인과 동일 업종인 슈퍼마켓을 경영하기 시작했으나, 신청인과 다른 상인들의 진정에 따라 위 군인공제회가 피신청인 및 B에게 업종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와 이에 불응할 경우 분양계약이 해제될 수 있음을 통보하자 같은 해 12월 25일경 106호 점포에서 철수했다. 이후 피신청인은 B로부터 위 106호 점포를 매수해 1993년 2월 24일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치고, 그 무렵 수분양자인 C로부터 영업종목이 서점 또는 스포츠점으로 지정돼 있는 105호 점포를 임차한 다음 같은 해 4월 초부터 슈퍼마켓 영업을 하고 있다.

한편 위 상가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 21명 중 피상고인을 제외한 나머지 20명은 같은 해 상가번영회를 조직하고 상가관리규약을 제정했다. 규약은 점포 운영자는 분양 당시 정해진 업종을 운영하고 그 용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되, 업종 변경 시 선점한 동일 업종 운영자의 동의를 얻은 다음 상가운영자 전원의 동의를 얻고 점포 인수인계 시에도 인수자는 전임자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규정돼 있었다.

이에 신청인은 소송을 통해 상가관리규약상 업종제한 조항의 효력이 피상고인에 대해서도 미친다는 주장을 하며 피신청인에게 영업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원심에서는 비록 피신청인이 권장 및 지정 업종을 임의로 변경해 신청인의 업종과 중복돼 있더라도, 분양계약 시의 약정이나 상가관리규약은 그 당사자들 사이에 있어서 채권적 효력만이 있어 피신청인이 그 계약당사자나 규약의 가입자가 아닌 이상 피신청인에 대해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신청인의 가처분 신청을 배척했다. 이에 신청인은 상고로 불복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법원은 ‘집합건물법 제23조 제1항은 “건물에 대해 구분소유관계가 성립되면 구분소유자는 전원으로써 건물 및 그 대지와 부속시설의 관리에 관한 사업의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관리단을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관리단은 구분소유관계가 성립하는 건물이 있는 경우 당연히 그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해 성립되는 단체라 할 것이고 구분소유자로 구성돼 있는 단체로서 법 제23조 제1항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면 관리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구분소유자와 구분소유자가 아닌 자로 구성된 단체라 하더라도 구분소유자만으로 구성된 관리단의 성격을 겸유할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다27199 판결).

관리단의 당연 설립은 결국 집합건물법에 그와 같은 요건 즉 구성원의 요건, 관리규약 등이 모두 규정돼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단 관리단이라고 하더라도 외부적 의사표시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표자 등이 선정돼야 하고, 집합건물법 제24조에서는 외부적인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자로 관리인의 선임을 예정하고 있는바, 이는 관리인은 이미 성립한 관리단을 대표해 외부적 의사표시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관리단의 당연설립’ 법리를 이해하게 된다면 ‘소송 당시에 관리규약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해당 관리단 성립이 부적법하다’는 주장과 ‘관리단 집회에서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지도 않았으므로 비법인 사단으로써 부적법하다’는 주장 등을 효과적으로 반박하고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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