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린 최승관 변호사
법무법인 린 최승관 변호사

아파트나 상가, 오피스텔과 같은 집합건물이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려면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건물 지을 토지를 확보해야 하고, 관할관청으로부터 건축 및 분양에 관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시공사를 정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입주자모집공고절차를 통해 수분양자를 모집한다.

시공사가 건축물을 완공하면 사용검사를 받은 후 수분양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함으로써 분양에 관한 모든 절차가 종료된다. 이처럼 집합건물을 건축해 분양하는 여러 과정에서 최소 수백억 원은 물론 많게는 수천억 원의 자본이 소요된다.

부동산개발사업은 대부분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추진되는데, 이때 실행되는 대출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약칭 ‘PF대출’)이다.

그리고 부동산 PF대출을 하는 금융기관에서는 신축 부동산에 대한 권리 확보 및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도모하기 위해 PF대출의 조건으로 시행사 소유의 토지를 신탁사에 신탁하도록 하고, 분양대금도 신탁사가 관리하도록 한다. 요즘 부동산개발사업에서 거의 예외 없이 신탁이 활용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신탁 방식의 부동산개발사업에서 건물 완공 후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미분양 건물의 관리비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다툼이 되고 있다.

먼저 준공 이후 아직 건물이 매각되지 않아 건물의 소유권이 신탁사의 소유인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 시행사(위탁자)와 신탁회사(수탁자) 중 누가 관리비를 부담해야 할까?

부동산 신탁은 원칙적으로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 수탁자는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권을 갖게 되고, 따라서 수탁자인 신탁회사는 신탁등기를 마친 후부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 관리행위에 드는 일체의 비용을 위탁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신탁계약서가 신탁원부에 포함돼 신탁등기를 경료하게 되는바, 신탁법 제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수탁자는 관리단 등의 관리비 청구에 대항할 수 있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2다13590 판결 등 참조).

신탁된 부동산이 매매나 공매 등의 절차를 통해 그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되는 경우는 다소 복잡한 법리가 전개된다. 즉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지고, 다시 제3취득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제3취득자는 물론 수탁자도 관리비 납부의무를 부담하게 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도 관리비를 위탁자가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의 신탁계약서가 포함된 신탁원부가 등기된 점은 앞의 사례와 동일함에도 대법원은 수탁자가 제3취득자와 함께 관리비 납무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즉 집합건물법 제18조는 규정의 입법취지와 공용부분 관리비의 승계 및 신탁의 법리 등에 비춰 보면, 각 구분소유권의 특별승계인인 수탁자와 제3취득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종전 구분소유권자들의 공용부분 체납관리비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고, 등기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신탁부동산에 대한 관리비 납무의무를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더라도, 제3취득자는 이와 상관없이 종전 구분소유자들의 소유기간 동안 발생한 공용부분 체납관리비채무를 인수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7다273984 판결 참조).

특이한 것은 이 판결 선고 이후 모 관리단이 신탁회사에 대해 미납 관리비를 청구한 사례에서 관리단 측은 비록 위탁자가 관리비용을 부담하는 내용의 등기가 경료됐다 하더라도 대법원(2017다27398)의 판결로 견해가 변경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판례가 변경된 것이 아니라고 봐 기존 대법원(2012다13590)판결에 따라 신탁회사의 관리비 납부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서울고등법원 2020. 9. 24. 선고 2019나205519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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