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린 최승관 변호사
법무법인 린 최승관 변호사

복싱 시합을 할 때 링에서 뛰는 선수를 보조하고 각 라운드 사이에 선수에게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을 ‘세컨드(second)’라 부른다. 공동주택의 관리와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를 ‘선수’에 비유한다면, 필자와 같이 법률적 조언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세컨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필자는 ‘선수’가 돼 직접 경기를 경험해 볼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세컨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직접 ‘선수’로 나서기로 했다. 그리고 실제 ‘선수’가 돼 처음으로 주택관리업자 선정 입찰을 경험해 보고 이 글을 쓰게 됐다.

이번에 ‘선수’의 지위에서 경험해 보니, 사업자 선정지침은 주택관리업자 선정에 관한 규정이 경직돼 있고, 입대의의 주택관리업자 선정에 관한 선택의 폭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며 이런 선정지침으로 인해 입주민들이 양질의 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우선 사업자 선정지침에서는 주택관리업자 선정 적격심사제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이 기준에 따라 최고점을 받은 자를 무조건 낙찰자로 선정해야 한다.

선정지침에서 제시하고 있는 표준평가표를 보면 입찰가격 30점, 기업신뢰도(30점)는 ‘신용평가등급과 관리세대수에 비례한 행정처분건수’, 업무수행능력(30점)은 ‘기술자·장비보유 및 관리실적’, 사업제안(10점)은 ‘사업계획 적합성 및 협력업체와의 상생발전지수’를 따져 점수를 주게 돼 있다.

그런데 현재 입찰에 참가하는 대부분 업체들은 신용평가등급, 행정처분 건수, 업무수행능력에 관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입찰가격도 업체들이 하나같이 ‘㎡당 1원’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평가 지표가 업체의 우열을 정하기 어려운 요소들로 구성돼 있는 것이다. 실제 이번 입찰에서 평가 배점표에 따라 배점을 해보니 입찰에 참가한 모든 업체가 사업제안을 뺀 나머지 점수에서 만점(90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업체 간의 우열은 사업제안에서 가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체의 사업제안이라 하는 것은 업체별로 ‘회사 소개, 사업계획,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을 입대의에 설명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결과적으로 PT에서 누가 말을 더 잘하느냐에 따라 우열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배점표 집계에서 1순위를 했더라도 사후적으로 입대의에게 해당 업체의 사업수행 능력이나 인력 구성 등에 대해 좀 더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마땅한데 현재 선정지침에서는 이러한 사후 검토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즉 입대의에서는 1순위 업체가 입찰 당시 제시했던 ‘약속’이나 ‘조건’을 업체가 이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심사한 후에 최종 낙찰자로 선정할 수 있어야 마땅함에도 기계적으로 1순위 업체를 낙찰자로 정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이런 이유로 주택관리업자 선정에 관한 입대의의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사업자 선정지침은 2010년 7월 6일 주택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최초 제정됐다. 당시 아파트 관리와 관련한 비리 사례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자 주택관리업자 및 청소, 경비, 기타 용역 등에 관한 사업자 선정에 관한 입찰의 방식과 절차를 국토교통부 고시로 정하고 이 규정에 따르도록 했다. 지침이 시행된 지도 벌써 12년이 흘렀고 그간 사업자 선정지침이 주택관리에 관한 업체 선정에 관한 비리를 감소시키는 최소한의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라는 사업자 선정지침 제정 당시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입대의가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업체와 대등한 지위에서 자유롭게 계약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는 가치도 충분히 보장해야 할 것이다.

국토부는 사업자 선정지침이 매년 1회 이상 개정을 반복하면 최초 제정 당시에 비해 입주민들의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갈수록 제약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무엇이 원칙이고 무엇이 예외인지를 살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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