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 민주주의’ 구현의 가늠자다.

입대의는 입주민들이 구성하는 자치관리기구다. 입주민들 스스로 동별 세대수에 비례해 동대표를 뽑고, 그들 중에서 회장과 임원을 다시 선출한다. 아파트 관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분담한다.

아파트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이들을 잘 뽑아야 한다. 특정인의 일방독주와 혹시 있을지 모를 잠재적 비리를 막기 위해 이들의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한다. 그렇지만 도중에라도 크게 결격사유가 생기거나, 이것이 확인된다면 바로 바꿔야 한다. 이 절차가 삐걱거리면 민주주의는 손상을 입게 된다.

많은 아파트에서 문제 많은 동대표와 대표회장들에 대한 해임요구가 있다. 실제로 대표를 해임하는 사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반면 현실적으로 해임투표를 하지 못해 골치를 앓는 아파트들도 꽤 있고, 해임절차를 거쳤지만 소송으로 이어져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해임사유는 해임을 진행하는 데 핵심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대의의 구성, 선출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만, 동대표 등의 해임사유에 관해서는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개별 공동주택 관리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대부분 아파트의 관리규약에는 해임사유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웬만한 것은 다 해당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거꾸로 많은 입주민들이 문제 많다고 생각할지라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사유로 해임을 요청하거나, 법원이 이들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해임을 진행할 수 없다.

관리규약 참고서인 지자체의 관리규약 준칙을 보면, 서울시의 경우 해임사유로 ‘공동주택관리에 관계된 법령을 위반한 때, 규약 및 선거관리 규정을 위반한 때, 관리비등을 횡령한 때 등’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서울시 준칙에는 해임절차로 ‘해임사유에 해당하는 객관적 증거자료를 첨부해 해당 선구구의 10분의 1 이상의 입주자등의 서면동의를 받거나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해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절차의 진행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엄밀히 말해 대표회장과 동대표의 해임 규정은 다르다.

법원의 판단은 어떨까. 법원은 기본적으로 아파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방점을 둬왔다.

입대의가 자치관리기구이기 때문에 그 구성과 운영은 입주자등의 총의에 따라 자율적·민주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한 점에 근거해 법원은 관리규약이 정하고 있는 해임사유의 존부(存否)에 대해서도 입주자등의 판단을 존중하고 있다. 법원은 해임사유가 관리규약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우선해서 본다. 그리고 절차상 적법여부를 살핀다.

혼동을 일으키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절차상의 오류를 범하는 많은 경우 대표회장인 동대표를 해임시키면서 동대표로서의 해임절차를 따른다면 해임사유도 역시 동대표로서의 사유에 따라야 하고, 만약 회장으로서의 해임사유를 주장하면서 동대표 해임절차를 따르게 될 경우 그러한 해임은 절차 위반이 될 수 있다.

모든 권력에 대해서는 견제 장치가 필수다. 무보수 명예직이긴 하지만 그런 중요 자리의 ‘퇴출’에 대한 규정이 작동 안 되면 극단적 비유로 ‘브레이크 없는 열차’와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한 번쯤 관리규약을 다시 펼쳐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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