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판결...손해배상 책임 기각

의결권 위임 부적법 따른
의사정족수 부족 하자 인정해
결의 무효확인청구는 인용

부산고등법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오피스텔 방문차량 주차요금 인상이 상가의 매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차요금 인상을 결정한 입주자대표회의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재형 부장판사)는 부산시 A오피스텔 지하2층의 한 상가를 각 5분의 1 지분씩 매수해 스크린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B씨 등 5명이 A오피스텔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주차관리규정 무효 확인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이 사건 소 중 결의취소청구 부분을 각하하고, 피고 대표회의가 2018년 2월 28일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한 ‘주차장관리규정 제19조 제3항 제2호의 방문차량 주차요금을 1시간당 1000원에서 30분당 1000원으로 변경한다’는 결의(이하 ‘이 사건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B씨 등은 “대표회의의 2018년 2월 28일자 주차장관리규정 제19조 제3항 제2호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대표회의는 본인들에게 각 1334만8542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부는 주차장관리규정 무효확인청구가 적법하지 않다며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주차관리규정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및 A오피스텔 관리규약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 오피스텔 주차장과 관련해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내용의 자치법규인데, 그중 일부 규정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일반적, 추상적 법규의 효력을 다투는 것일 뿐 원고들의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이와 별도로 원고들은 이 사건 주차관리규정이 무효임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주차관리규정의 무효확인을 독립한 소로써 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B씨 등은 항소심에서 주차장관리규정 무효확인청구를 “이 사건 결의를 취소한다”는 주위적 청구로 변경하고, “이 사건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표회의의 본안전항변을 받아들여 “이 사건 소 중 결의취소청구 부분은 제소기간이 지난 후에 제기돼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집합건물법 제42조의2는 ‘구분소유자는 관리단집회 결의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결의한 날부터 1년 이내에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부에 따르면 B씨 등의 부탁을 받은 C씨가 이 사건 정기총회에 참석해 이 사건 결의 과정에 참여한 사실이 인정됐다. 이에 재판부는 B씨 등이 2018년 2월 28일경 이 사건 결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알았을 것으로 보고 위와 같이 판단, 결의취소청구를 각하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결의가 절차상 위법하다는 B씨 등의 주장을 인정해 결의 무효확인 청구를 받아들였다.

A오피스텔 관리규약 제12조, 제15조에 따르면 부대시설의 사용료 결정은 입주자 과반수 이상 참석과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하고, 의결권은 등기부상 구분소유자 면적비율에 따르므로, 이 사건 결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오피스텔 전체 전유부분 면적의 과반수 이상 참석과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 오피스텔 전체 전유부분 면적은 4561.36평으로, 2280.68평을 초과하는 전유부분을 보유한 구분소유자들이 적법하게 출석해야 의사정족수가 충족되는 것이다.

이 사건 정기총회 회의록에는 참석자 3683.27평에 해당하는 구분소유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런데 재판부가 확인해본 결과 그중 의결권 위임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구분소유자들이 있어 이에 해당되는 2307.37평을 제외하면 전유부분 면적 1377.9평에 해당되는 구분소유자들만이 이 사건 결의에 참석한 것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구분소유자의 의결권 위임서류를 관리주체인 대표회의에 제출한 사실이 없거나 위임확인서에 위임자의 날인이 없는 점 등을 지적하며 총 7개 상가의 의결권 위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고의로 손해 입혔다 볼 수 없어

한편 B씨 등은 “본인들은 이 사건 주차관리규정 제9조에 따라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차량 10대의 주차공간을 사용할 권리가 있음에도, 대표회의는 본인들에게 1대의 주차공간만을 배정했다. 나아가 이 사건 결의가 위법해 무효임에도 대표회의는 이 사건 결의에 따라 개정된 주차관리규정을 적용해 방문차량에 대한 주차요금을 인상했다”며 “그로 인해 본인들은 차량을 이용하는 손님이 감소하는 등 합계 2억8650만1088원 상당의 영업 손실을 입었으므로, 대표회의는 본인들에게 손해배상으로 각 1334만8542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지만 이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먼저 대표회의의 잘못된 주차장 운영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부분과 관련해 “이 사건 주차관리규정에는 입주자에게 전용주차구역을 확보해주는 내용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지정된 차량에 한해서만 월정주차권을 발급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원고 B씨 등이 면적비율에 따라 10대 정도의 월정주차차량을 등록할 수 있음에도 1대만 등록했다”며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들이 추가로 월정주차차량을 등록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거나 침해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피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이 사건 주차관리규정과 달리 위법하게 주차장을 운영해 원고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결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부분에 대해 “이 사건 결의 및 그에 따라 피고가 인상된 주차요금을 징수한 행위가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질만한 위법한 가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결의에 따라 인상된 주차요금이 적용된 이후 원고들이 스크린골프장의 매출이 감소하는 손해를 입게 됐으며 이 사건 결의와 위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이 사건 결의가 절차적 하자로 인해 무효라고 판단되기는 하지만, 정기총회에서 토론과 표결 절차를 거쳐 이뤄졌고, B씨 등을 제외한 A오피스텔 구분소유자들은 이 사건 결의가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대표회의도 이를 전제로 인상된 주차요금을 징수해 온 점 ▲A오피스텔 입주민들은 부족한 주차공간과 비교적 저렴한 주차요금으로 인한 외부인들의 장시간 주차 등으로 인해 주차에 어려움을 겪어 왔고, 주차요금이 약 27년간 동결돼 왔기 때문에 물가인상 등을 감안하면 객관적으로 주차요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었고, 인상된 요금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결의 및 그에 따라 대표회의가 인상된 주차요금을 징수한 행위가 스크린골프장의 영업을 방해하거나 B씨 등에게 손해를 입힐 의사로 행해졌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스크린골프연습장의 매출은 계절적인 요인이나 경기 하락, 경쟁업체 유무, 영업방식의 변경 등 여러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B씨 등이 고객들에게 주차요금을 전액 지원해준 2018년 6월경부터 11월경까지도 스크린골프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줄어들어 A오피스텔 주차요금 수입이 종전보다 감소한 점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소 중 결의취소청구 부분은 부적법해 각하하고, 결의 무효확인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며, 나머지 청구(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양 측의 상소 제기 없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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