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주상복합건물 내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옷가게가 옷가지 등 불에 탔다. 옷가게 주인은 약국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칸막이와 문이 잠겨 화재 진압 지연 등 화재가 확산됐다며 약국 주인과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22단독(판사 유진현)은 최근 서울 용산구 A건물 상가에서 불이 난 가운데 이 화재로 피해를 입었다며 A건물 내 옷가게 주인 B씨가 약국 주인 C씨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18년 6월 서울 용산구 A건물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상가 내 옷가게 주인 B씨는 이 화재로 점포 내 옷가지와 벽면, 보일러, 에어컴프레서, 각종 집기류 등이 그을리고 소훼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B씨는 “이 화재는 약국 주인 C씨 소유의 실외기에서 발화해 점포 안으로 연소된 것이고, 대표회의가 상가와 아파트 사이에 위치한 칸막이와 문을 잠가 화재가 확산됐으므로, C씨와 대표회의는 공동해 4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에 따르면 용산소방서는 ‘약국 실외기 회로기판은 외부에서 안쪽으로 그을음이 덮여 있는 형태가 관찰되고 회로기판 내부와 커넥터로 연결된 전선에서 단락흔 등의 전기적 특이점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실외기의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가능성을 배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옷가게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 화염 및 열기 등이 배출구로 빠져나오면서 약국 실외기 일부가 연소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감정결과를 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전문심리위원도 ‘외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방화, 약국 실외기의 전기적 결함을 추정할 수 있겠으나 근거가 없으므로 제외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재판부는 “약국 실외기를 화재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원고 B씨는 관련 연구소 수석화재조사관 D씨의 조사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D씨는 ‘불이 시작된 권역이 실외기 설치구획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러한 의견만으로는 실외기 자체가 화재원인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약국 실외기가 화재 원인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이를 전제로 한 피고 대표회의에 대한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또한 “이 사건 칸막이와 문으로 인해 화재 진압이 지체되는 등 화재가 확대됐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못 박았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