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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잘못을 하면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일김미란 칼럼
승인 2020.05.19 09:25|(1292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책임은 당연히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아파트는 어떨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저지른 잘못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책임지면 끝나는가? 그렇지 않다. ‘입주자대표회의’라는 단체에 법적으로 숨을 불어 넣어 마치 사람처럼 의사 결정을 하고, 계약도 체결하고, 분쟁이 생기면 소송도 할 수 있게 했다고 해서 정말 사람인 것은 아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한 잘못은 결국 그 당시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했던 동대표들,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아파트에 손해를 끼친 사람들에게 있다. 그래서일까? 입주자대표회의가 저지른 잘못으로 입주자 등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으레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 특히 회장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이 잇따른다. 관리소장을 해고한 후 홍역을 치르는 사례가 많아 소개해 보려 한다.

A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을 역임하던 중 B가 관리소장으로 채용됐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B를 채용한 지 두 달여 만에 임시 회의를 열고 관리소장 해임을 결의한 후 해고를 통보했다.(이하 ‘본건 해고’라 약칭) 입주자대표회의가 당시 관리소장을 해임하면서 내세운 사유는 ① 입주자대표회의 결의를 위반해 직원들의 임금인상률을 허위 게시 ② 관할 지역의 입주자대표회의 시지회 회비 지출 여부는 입주자대표회의 고유 권한임에도 함부로 간섭해 권한을 침해하고 ③ 입주자대표회의가 지급하기로 결의한 운영비와 감사의 아파트 누수 탐사비용을 부당지출로 처리해 반환청구함으로써 위계질서를 훼손했으며 ④ 입주자대표회장인 A의 결재 없이 동대표들에게 관리사무소 작성 문서를 발송한 점 ⑤ 감사와 통화하면서 녹취한다고 협박한 점이었다.

언뜻 봐도 관리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은 확연하다. 그러나 이게 과연 관리소장을 해고할 정도의 사유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B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아파트 역시 관리소장을 해고한 일로 분쟁과 갈등이 심화되자 주민공청회에서 대표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책임이 문제 됐고, 이들은 모두 전원 사퇴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B에 대한 해고는 징계 사유가 없는 부당해고라면서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B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도록 판정했다. 위 판정서는 그대로 확정됐으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됐다.

위 아파트의 새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는 B를 복직시키면서 퇴직일을 합의했고 그동안 미지급한 임금과 퇴직합의금을 합해 약 5000만원 상당을 지급했다. 금액만 봐도 아파트에 상당한 손해를 끼쳤다는 점을 도저히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전 회장 A를 상대로 B를 부당해고한 데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아파트에 손해를 끼쳤다고 해서 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자동적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려면 갖춰야 할 요건 사실들이 있다. 단체의 대표자가 근로자를 해고했는데 이 해고가 부당해고로 밝혀져 무효가 됐다면 해고 당시의 대표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것인가? 이 문제는 결국 대표자로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을 함부로 해고한 데 대해 대표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는 통상의 합리적 대표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해고 사유, 해고 절차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고, 단체의 대표자로서 근로자를 해고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잘못이 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또한 임기가 만료된 대표자라 하더라도 기관에 의해 행위할 수밖에 없는 법인의 특성상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는 임기 만료 또는 사임한 대표자라도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 그러니 사퇴했다는 것만으로는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A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됐을까?

B에 대한 해고는 별다른 징계 사유 없이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이뤄진 부당해고로서 무효다. 따라서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따른 후속 조치를 조속히 취해 관리소장이 2명인 이례적 상황을 신속히 해소하고 손해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 당시 A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직을 사임했더라도 새로운 동대표들이 선출돼 입주자대표회의가 적법하게 구성될 때까지는 종전 회장으로서 직무수행권한이 있다. 따라서 사임했다는 것만으로 이와 같은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한 과실을 부정할 수 없다. 결국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과는 다르다. 특히 막대한 힘이 실린 권한일수록 잘못된 행사에 대한 책임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을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가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또 해고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를 모두 제대로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해고가 부당해고로서 무효가 됐다면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조속히 취해 아파트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것이 한 단체의 대표자로서 마땅히 기울여야 할 선량한 주의의무라는 것이다.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만에 하나 잘못을 저질렀다면 제대로 수습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입주자대표회장직에서 사임하는 것만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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