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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공사계약 무효와 공사업체의 부당이득반환책임
승인 2019.12.19 09:59|(1272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아파트는 공동주택인 동시에 집합건물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관련 법령의 적용 여부와 이를 위반했을 때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봉착하고 나면 이 당연한 이야기가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아파트 역시 집합건물이므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장기수선계획 조정에 따른 절차나 행위허가 관련 절차를 준수했더라도 해당 공사가 공용부분의 변경을 가져 온다면 집합건물법상의 결의 절차 역시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아파트는 공동주택관리법을 비교적 면밀하게 살펴 준수하고자 하지만 집합건물법까지는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절차를 열심히 준수하고도 집합건물법상의 절차를 위반하게 되면 결국 위법·무효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식으로 절차 위반의 하자로 결의나 계약의 효력이 문제되면 아파트는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최근 이 분쟁의 소용돌이에 업체의 책임 소재까지 함께 문제가 된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문제가 된 아파트는 개별난방전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를 앞두고 관련 법령을 검토해 나름대로 절차를 밟았다. 장기수선충당금이 소요되는 공사였으므로 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장기수선계획 조정 결의를 거쳐 공사업체(이하 ‘이 사건 업체’)와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계약 내용에 따라 계약금으로 수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직후부터 민원이 발생했다. 이 사건 공사는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집합건물법상의 결의가 필요한데 이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합건물법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공용부분 변경에 관한 사항은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분의 3 이상의 결의로써 결정하도록 돼 있다. 또한 동법 제41조는 관리단집회에서 결의할 것을 정한 사항이라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이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또는 서면과 전자적 방법으로 합의하면 관리단집회에서 결의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이 같은 민원에 대해 관할 관청에서는 위 아파트가 받은 동의서를 전수조사했고, 서면결의로 볼 수 있는 5분의 4 이상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을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뿐만 아니라 위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 사건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중지가처분 사건은 인용됐고, 장기수선계획 조정 결의 무효 및 이 사건 계약 무효 확인을 구하는 본안 소송 역시 결의 및 계약이 무효라는 확인 판결이 선고됐다.

이에 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사건 업체를 상대로 이미 지급한 계약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금 지급의 근거가 된 이 사건 계약은 무효이므로 이미 지급한 계약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부당이득이라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업체는 이 사건 계약이 무효가 된 이유는 오로지 아파트 내부 사정 탓이고, 자신이 이 사건 계약이 유효라고 믿고 쓴 각종 비용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돌려줄 것이 없다는 취지로 다퉜다.

법원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 사건 업체로 하여금 지급 받은 계약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한 이유는 이 사건 업체가 이 사건 계약의 무효를 알거나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업체는 민법 제535조를 거론하면서 이 사건 계약이 무효가 된 이유는 집합건물법상 공용부분 변경에 필요한 동의절차를 무시하고 계약을 강행한 아파트 탓이므로 자신이 계약의 유효를 믿고 공사를 위해 사용한 비용 등을 아파트가 배상해야 한다면서 이를 상계하고 나면 자신이 부당이득으로 아파트에 반환해 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법 제535조는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사람은 상대방이 그 계약의 유효를 믿었기 때문에 생긴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항). 그러나 이 규정은 계약의 상대방이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제2항). 법원은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된 직후 집합건물법상의 결의 요건에 하자가 있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됐고, 관할관청의 실태조사 결과 역시 이를 확인해 주고 있었던 점, 입주민들이 이 사건 업체를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해 인용 결정이 내려지고, 이 사건 계약에 대해서도 무효 확인의 소가 제기돼 인용 판결이 내려진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업체 역시 이 사건 계약이 집합건물법상의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라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봤다. 따라서 민법 제535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업체는 계약체결상 과실 책임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사건 업체는 민법 제35조에 따라 비법인사단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대표자가 직무에 관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면서 불법행위책임을 주장했지만 이 역시 인정받지 못했다. 법원은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업체가 주장하는 손해는 이 사건 계약이 무효임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서둘러 자재를 구입하는 등 자초한 것들이라면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절차를 준수했어도 집합건물법상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해당 결의는 무효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이 사안처럼 계약까지 무효가 되기도 한다. 계약이 무효가 되면 상대방에게 이미 지급한 계약금 등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한 부당이득이 되므로 반환의 문제가 생긴다. 

이때 아파트 내부적으로 받는 입주민 동의 절차나 결의 절차상 하자까지 업체가 무슨 수로 알겠느냐, 그저 계약이 유효라 믿은 것이 무슨 잘못이냐, 계약에 따라 공사를 진행한 게 무슨 큰 죄란 말이냐라는 업체의 항변이 힘을 가지려면 제반 사정을 살폈을 때 수긍할만한 요소들이 필요하다.

사안처럼 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계약 체결에 필요한 절차상 하자가 드러났다면 계약의 상대방이 순진무구한 선의의 피해자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아파트 스스로 적용법규를 잘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파트와 공사나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들 역시 상대방 아파트가 계약을 적법하게 체결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충실히 확인해야 불측의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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