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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1, 2층 세대 승강기 교체공사비 분담결정, 불법인가?
승인 2020.01.23 09:14|(1278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며칠 전 아파트 1, 2층 세대까지 노후 승강기 교체 비용을 똑같이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뉴스와 기사가 쏟아졌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최근 선고된 판결을 토대로 보도된 이 뉴스만 보자면 그동안 1, 2층 세대에까지 승강기 교체 비용을 부담시킨 것이 무척 불공평한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과연 그런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는 않다. 일단, 보도된 판결의 내용을 먼저 살펴보자.

A아파트는 1994년 12월경 준공된 아파트로서 거의 30년이 다 돼 가는 오래된 아파트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노후된 승강기 교체공사를 시행하게 됐고, 교체 비용 부과 건에 대해 입주자 총회를 개최했는데 52세대만 참석해 의결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는 다시 전체 입주자의 의견을 묻기로 하고 2019년 3월경 안내문과 동의서를 배부했다. 위 안내문에는 승강기 전면 교체에 필요한 예산의 확보는 장기수선충당금을 2만원선에서 5만원으로 한시적으로 인상해 적립하자는 의견이었고 1, 2층 세대 균등 부과 여부에 대해서 279세대가 제출한 동의서에 따르면 142세대는 균등부과, 120세대는 차등 부과를 선택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2019년 4월경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 장기수선충당금 2만원을 5만원으로 5년간 인상하고 전체 입주자에게 동일하게 부과하겠다고 통보했고, 곧 관리비 납부통지를 했다. 그러자 이 사건 원고를 비롯한 1, 2층 입주자 대부분은 이에 반대했고 원고는 1, 2층 입주자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층 입주자와 마찬가지로 승강기 교체 관련 장기수선충당금을 균등하게 인상해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장기수선충당금 인상분 지급 의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그리고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여러 설문 과정에서 승강기 교체 비용의 균등 부과에 대해 의견 대립이 심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할 수 있었고,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는 저층 세대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점, 지하주차장도 없으므로 1층 입주자는 승강기를 직접이든 간접이든 이용하기 어렵고, 2층 입주자 역시 3층 이상 입주자에 비해 사용 빈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 부담 비율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봤다.

특히 법원은 설문 결과 142세대는 균등부과, 120세대는 차등 부과를 선택한 데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설문을 앞두고 배포한 안내문에 균등부과가 원칙이라는 유권해석의 내용을 강조하는 등 그 형식과 내용 면에서도 균등부과에 치우친 면이 있었고, 양측 입장을 형평에 맞게 안내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도 높았다고 본 것이다. 결국 법원은 균등부과를 다수가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균등 부과와 차등 부과의 장단점이나 타 아파트 사례 등을 입주자들에게 충분히 알린 후 의견수렴을 했어야 했다고 봤다.

물론 법원은 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4항, 동법 시행령 제30조, 동법 시행규칙 제7조 제1항 별표 1의 월간 세대별 장기수선충당금 산정방법, A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세대당 주택공급면적을 기준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을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고, 입주자대표회의의 균등 부과 결정이 그에 부합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입주자들이 장기수선충당금 부담 비율을 세대별로 달리 정할 수 있고, 이는 법령보다 자치 규범이 우선되는 것이라면서 법령이나 규약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사정을 두루 살펴 합리적인 결정을 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결국 법원은 관련 법령과 관리규약에 따라 균등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적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것이다.

이 판결을 보도하면서 언론에서는 ‘아파트 1, 2층 주민에 엘리베이터 교체비용을 똑같이 내라는 건 위법’, ‘법원, 아파트 1, 2층 주민에 엘리베이터 교체비용 균등부과는 부당’ 등으로 헤드라인을 뽑고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이 1, 2층 세대에 승강기 교체 비용을 균등하게 부과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승강기 교체 비용을 전혀 부담시킬 수 없다는 뜻으로 확대돼서는 안 될 것이다.

수원지방법원에서는 노후 승강기 교체 공사비용의 부담과 관련해 1층, 2층 세대에도 비용을 부담시킨 것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원고는 지하 주차장도 없는 아파트에서 1층 거주 세대는 승강기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1층 세대에 교체 비용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비용 분담을 강행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다퉜으나 이 법원의 입장은 위 사건의 법원 판단과 전혀 달랐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약칭) 제17조에서는 각 공유자가 규약에 달리 정한 바가 없으면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의 관리비용과 그 밖의 의무를 부담하며 공용부분에서 생기는 이익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관리규약에서도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승강기의 유지관리비용 역시 관리비로 납부할 의무가 있다는 점, 노후화된 승강기의 교체는 입주민들과 방문객의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승강기 관리·유지 업무의 일부이며 저층 거주 세대에도 이로 인한 직·간접적 이익을 준다는 점에 비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수원지방법원 2017. 11. 14. 선고 2017나7498 판결 참조).

보수가 필요한 공용부분마다 입주자의 사용 빈도나 편익 등을 고려해 장기수선충당금 부담 비율을 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도 하지만 공동주택의 특성상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입주자 등이 함께 이용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만, 또 얼마나 이용했는지에 따라 부담을 달리한다면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공산이 크다.

공동주택 역시 집합건물이다. 집합건물법에 따르면 관리규약에 달리 정한 바 없다면 지분 비율에 따라 균등하게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고, 관리규약에 균등 부과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면 이를 위법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수차례 시도하고, 다수의 의견에 따라 균등부과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자의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히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관련 법령과 관리규약에 따라 균등 부과했다면 적법했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입주자들의 의견을 열심히 수렴하려고 노력한 입주자대표회의가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격이라며 의견 수렴 절차를 등한시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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