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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난방비 차등 부과 결의 무효
승인 2020.03.30 09:12|(1287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권한이란 법이 부여한 권력이다. 그러니 권한은 태생적으로도 법이 부여한 테두리 안에서 행사해야 적법한 것이고, 이를 넘는 때에는 어김없이 통제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 스스로 어떻게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지, 그 한계가 어딘지 정확히 알고 자정(自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스스로를 단속하지 못하면 결국 사법 시스템을 통해 옳고, 그름을 가리게 되는데 이러한 시행착오는 단순히 오류나 위법을 적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늘 사태 수습이라는 후폭풍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는 워낙 여럿이 함께 살다 보니 잘못된 권한 행사가 초래하는 갈등의 타격이 결코 가볍지 않다.

가끔 입주자대표회의가 무엇이든 결의할 수 있고,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을 대표해 관리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구성된 자치 의결기구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이 입주자대표회의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는 뜻은 아니다.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공동주택관리법령에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의결할 수 있는 사항에는 한계가 있고, 의결 방법과 절차 등에서도 상세한 제한을 받는다.

최근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 난방 방식으로 임의 변경한 세대에 대해서 중앙난방 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가스비용을 면제하기로 의결했다가 소송에 휩싸였다(이하 ‘본건 면제 결의’). 이 같은 의결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 권한 범위를 넘는 위법한 것이라는 지적에서 결의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사건이 진행됐고, 법원 역시 본건 면제 결의를 위법하다면서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12. 24.자 결정 2019카합20321).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할 수 있는 사항과 그 범위에 대해 짚어볼 수 있는 사안이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A아파트는 난방 공급방식을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변경하기 위해 공사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난방방식의 변경은 공용부분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에 따른 별도의 결의가 필요하다. 그와 같은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위 아파트는 결국 입주민이 제기한 입찰 절차 및 공사 중지 가처분에 막혀 난방 공급 방식을 변경하지 못했다.

아파트 차원에서 적법하게 난방방식을 변경하지 못하자 개별난방을 원하는 일부 세대는 자기 부담으로 개별난방으로 변경하는 공사를 시행했다(이하 ‘개별난방세대’). 개별난방 공사는 기존에 설치된 중앙난방을 위한 배관 등을 철거하고 개별난방을 위한 본체, 밸브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시행하는 방식이었다(이하 ‘본건 개별공사’). 그러자 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개별난방 세대에 대해서는 난방비 중 중앙난방 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가스비용(이하 ‘본건 가스 비용’)을 면제해 주기로 의결한 것이다(이하 ‘본건 면제 결의’). 개별난방세대는 더이상 중앙난방수를 공급받지 않게 되므로 중앙난방에 필요한 가스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이 결의한 배경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줄어든 가스 사용량이 개별난방세대 면적 비율에 따른 양과 동일하다는 자료는 전혀 없는데 반해 본건 면제 결의로 인해 기존 중앙난방 방식인 세대가 부담할 가스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연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런 사항까지 의결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인가? 본건 면제 결의가 적법해 효력이 있는지 여부는 본건 가스 비용의 성격이 관리비인지 여부,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할 수 있는 사항에 과연 이 같은 면제 결의가 포함돼 있는지 여하에 달려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및 동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 별표2에 따르면 난방 및 급탕에 소요된 원가(유류대, 난방비 및 급탕용수비)에서 급탕비를 뺀 금액인 난방비는 관리비에 해당된다. 이 사건 가스비용은 아파트 공용시설인 중앙난방 보일러 가동을 위해 가스공급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가스공급에 대한 대가를 납부하는 비용이므로 입주자 등이 가스공급업체에 직접 납부 의무가 있는 가스 사용료와는 다르다. 특히 위 아파트 관리규약에서도 난방비는 월간 실제 소요된 비용을 주택공급면적에 따라 배분하며 유류대(가스비)에서 급탕비를 뺀 금액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가스 비용은 사용료가 아니라 관리비에 해당된다.

또한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는 관리규약, 관리비, 시설의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동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에 구체적인 의결사항 16가지를 상세히 규정하면서 제17호에서 그 밖에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해 관리규약으로 정하는 사항을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법령 및 아파트 관리규약에 정해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사항의 범위를 넘어서 다른 사람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의를 하는 경우 위 결의는 무효가 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 및 위 아파트 관리규약 제81조에 따르면 난방비는 난방과 급탕을 위해 소요된 원가에서 급탕비를 뺀 금액을 세대별 주택공급면적에 따라 배분하도록 정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규약 어디에도 관리비를 일부 세대에 부과하지 않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 따라서 본건 면제 결의는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본건 아파트 관리규약을 위반해 무효인 것이다.

공동주택의 의사 결정은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어떤 결정이든 양날의 검처럼 누군가에게는 혜택이, 다른 이에게는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 그렇기에 관련 법령이나 관리규약을 통해 규율 체계를 정립하고,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의할 수 있는 사항도 구체적으로 규정해 그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것이다. 적법한 방식과 절차로 난방방식이 변경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의로 개별 난방으로 전환한 세대에 중앙난방에 필요한 가스비용을 면제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중앙난방을 유지하고 있는 세대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지 내 여러 입주민들의 이해관계와 제반 사정을 살피는 눈 외에도 주어진 의결 권한의 한계를 반드시 숙지해야 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도 간혹 잊는다. 입주자대표회의라고 해서 무엇이든, 아무거나, 함부로 결의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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