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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과태료 부과 처분, 그야말로 과유불급
승인 2020.02.25 11:37|(1282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공동주택 관리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많은 분쟁에서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행정관청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중량감은 상당하다. 단순히 법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거나 행정지도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시정을 명할 수도 있고(시정명령),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분쟁해결사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인의 입장에서도 송사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것보다 행정청에 호소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편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청의 잘못된 발걸음은 그 자체로 위법하거나 부당할 뿐만 아니라 수범자 입장에서는 이를 번복시키는 과정 또한 결코 녹록지 않다. 그러니 행정청의 과태료 처분은 그야말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최근 과태료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의 결정이 잇따랐다. 행정청이 과태료 등 행정 제재를 발동하기에 앞서 얼마나 신중한 태도를 갖춰야 할지 시사하는 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공사를 시행하기로 의결했는데 계약 당시 기준 장기수선충당금 잔액이 공사예정금액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일부 잔금은 분할해 지급하는 조건을 부가했고, 이 같은 내용을 공지했다. 입주민의 서면 동의 결과 약 74% 정도가 이에 찬성, 13% 정도는 반대했으므로 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대금의 잔금 지급은 공정률 90% 완료 시부터 준공일까지 분할해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는 ‘위 공사는 장기수선계획에 의해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진행해야 하고, 장기수선충당금 부족 시에는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거나 요율을 조정해 추가로 이를 징수해야 함에도 공사금액을 분할해 집행하는 것은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동법 제102조 제2항 제4호에 의거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 이 같은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입주자대표회의의 이의신청으로 개시된 과태료 재판에서 법원은 위 공사 준공일까지 적립된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분할 지급했다면 그것만으로 과태료 처벌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시급한 공사가 필요했던 사정, 입주민 73% 동의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춰 과태료에 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항고심 법원 역시 같은 입장을 취했다(인천지방법원 2019. 11. 18.자 결정 2018라5049 참조).

법원은 위 공사 계약 당시에는 장기수선충당금이 공사대금보다 부족하더라도 준공 예정시까지 기존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매달 적립될 장기수선충당금까지 합치면 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면 장기수선계획 및 장기수선충당금 요율을 조정해 공사대금 지급을 위한 장기수선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사안의 경우 기존의 장기수선계획으로 적립하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공사 대금의 지급이 가능하다면 공사를 위해 장기수선계획 및 장기수선충당금 요율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도 있었고, 입주자 과반수 서면 동의도 있었으므로 비록 장기수선계획 조정 필요가 있었다 하더라도 관리주체가 장기수선계획 조정안을 작성해야 할 절차만이 흠결된 것인데, 이 같은 흠결은 경미하므로 처벌의 필요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최근 선고된 또 다른 법원의 결정도 살펴보자.

B는 아파트의 관리주체로서 구 주택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청소, 경비, 소독, 승강기 유지, 지능형 홈네트워크, 수선유지를 위한 용역 및 공사를 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계약의 방법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관리비를 집행해야 하나 이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과태료 450만원이 부과됐다. B의 이의신청으로 시작된 과태료 재판에서 1심 법원은 과태료 부과가 그대로 정당하다고 봤으나 항고심 법원은 1심 결정을 취소하고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10. 1.자 결정 2017라1057 참조).

이 사건에서 B는 주택관리업자로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지시 및 감독을 받으면서 아파트 관리업무를 수행해 왔고, 관련 법령과 선정지침을 위반해 사업자를 선정하거나 체결하게 된 계약 역시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심의 및 의결을 거친 것이므로 과태료 처분은 위법 또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다퉜다. 이에 법원은 문제된 주택화재보험계약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체결된 점, 재활용품 수거 계약. 편의시설물 광고계약이 부녀회장 명의로 체결된 점,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옥상방수공사, 청소용역, 보일러 세관공사에 관해 특정 업체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는 결의를 함으로써 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주체의 고유 업무에 대해 과도한 관여를 해 온 점, 관련 법령 및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위반해 사업자를 선정하거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쳤다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문제된 계약의 체결이나 사업자 선정은 사실상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주도하에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위와 같은 사정과 위반행위의 내용, 경위, 위반 정도 등 제반사정을 참작해 B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고 1심 결정을 취소한 것이다.

과태료 처분은 법령 위반 시 발동되는 금전적인 행정 제재로서 이를 발동하는 기관에게는 강력한 질서유지 수단인 만큼 잘못 발동됐을 경우 수범자가 겪는 고통과 억울함은 상당히 크다. 첫 번째 사안에서 비록 본건 공사 계약 당시에는 적립된 장기수선충당금이 공사대금을 지급하기에 부족했지만 막상 이를 지급할 시기가 되면 기존의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적립할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충분히 공사 대금 지급이 가능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입주자들에게 공유됐고,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및 입주자 과반수 서면 동의도 있었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불구하고 장기수선계획 조정을 하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부과했어야 할까.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법의 적용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두 번째 사안 역시 사업자 선정 과정이나 계약 체결 과정을 좀 더 면밀하게 살폈다면 관리주체의 고유 업무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지나친 간섭이나 입주자대표회의의 주도로 해당 절차가 진행됐음을 감안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과유불급, 지나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

행정청의 과태료 처분이 여러모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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