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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상위 법령 위반한 선관위 규정 무효, 선거도 무효
승인 2019.11.18 10:00|(1267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공동주택관리법령이 제정·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소장을 받았다면서 방문상담을 요청해 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을 만나보니, 붉게 상기된 표정만 봐도 보통 불만이 아닌 얼굴이었다. 무슨 동대표 선거 하나 치렀다고 소장을 2개나 받느냐면서 이들이 내놓은 법원 서류를 보니, 직무집행정지가처분과 선거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선거 하나를 다투는데 왜 소송을 두 가지로 하냐며 괘씸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직무집행정지가처분과 선거무효확인소송은 선거의 효력을 다툴 때면 전형적으로 나오는 소송형태다.

선거에 절차상 하자가 있건, 실체상 하자가 있건 선거 무효를 다투는 방법은 법원을 통해 해당 선거가 무효라는 확인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는 본안 소송이기 때문에 종국 판결이 선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게다가 1심 판결이 선고됐다고 해도 항소하게 되면 2심이 진행되고, 2심에도 불복하면 상고해 3심까지 진행되니 확정되기까지는 또다시 상당한 시간이 지나게 된다.

동대표의 임기가 2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렇게 소송만 하다가는 임기가 모두 만료될 지경이고, 그 사이 잘못된 선거에서 선출된 자가 동대표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으니 소송이 무슨 소용일까 싶다. 이처럼 본안소송만 제기하면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나 다름없을 수 있으니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보전처분이 필요한 것이다.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은 선거에 일단 문제가 있다는 점만 소명하면 되니 본안 소송처럼 선거의 잘못을 입증하는 것보다는 입증의 정도가 쉬운 편이다. 게다가 몇 차례씩 변론기일이 열리는 본안에 비해 통상 심문기일을 한 번만 열고 결정을 해주니 임기가 만료될 지경까지 결정이 늦어지지 않는다. 선거에 문제가 있고, 당선된 자가 잘못 선출됐을 수도 있다면 직무집행정지결정을 통해 해당 업무를 집행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으니 종국 판결 선고 전이라 해도 승소한 것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관리소장이 들려준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얼마 전 동대표 선거와 임원 선거를 차례로 실시했다고 한다. 문제된 101동 동대표 선거에는 A와 B가 입후보했는데, A가 12표, B가 7표를 득표했다. 101동에는 총 82명의 입주자 등이 살고 있었지만 고령자들과 외국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라 선거에 도무지 관심들이 없다고 한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는 후보자가 2명 이상인 경우 후보자 중 최다득표자가 선출되도록 규정돼 있었기 때문에 위 아파트는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라 A를 최다득표자로서 101동 동대표 당선자로 공고한 것이다.

그러자 낙선한 B는 위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이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동대표 선출 방식 관련 규정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면서 직무집행정지가처분과 선거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4명 이상으로 구성하되 동별 세대수에 비례해 관리규약으로 정한 선거구에 따라 선출된 대표자(동대표)로 구성되며(제1항), 동대표 또는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의 선출이나 해임 방법 등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8항). 동법 시행령 제11조는 동대표는 선거구별로 1명씩 선출하되 그 선출방법은 후보자가 2명 이상인 경우 해당 선거구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가 투표하고, 후보자 중 최다득표자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항). 따라서 해당 선거구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가 투표하지 않은 이상 단순히 최다득표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동대표로 선출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이 제정·시행되기 전에도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및 운영, 관리주체의 업무, 지방자치단체의 지도·감독 등에 대해서는 주택법으로 규율돼 왔다. 그러나 공동주택의 규모와 관련 분쟁이 확대됨에 따라 이를 규율할 독립된 법률체계 마련이 시급했고, 공동주택관리법령의 제정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제정 배경이 이러하니 공동주택관리법은 기존 주택법의 규율 체계를 그대로 이어 받으면서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부분을 정비한 상태로 제정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동주택관리법이 기존의 주택법과 달리 규정한 부분에서 간혹 분쟁이 생기게 되었는데, 동대표 선출 방법이 그 중 하나였다. 구 주택법 시행령에서는 입후보자가 2명 이상인 경우 다득표자를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었다(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3항 제1호). 그러자 입후보자가 여럿인 경우 최소의 민주적 정당성조차 없는 자가 다득표자라는 이유로 동대표로 선출되는 일이 잦아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입후보자가 1명이건 2명이건 상관없이 일단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 과반수는 투표해야 한다는 것으로 수정된 것이다.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도 유사한 사안에 대해 선거 무효를 확인하는 선고를 한 바 있다. 법원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과 관리규약으로 정하지 않은 사항을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점(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5조 제4항)에 비춰 볼 때 선거관리규정은 관리규약의 하위 규정이므로 선거관리규정으로 공동주택관리법령이나 관리규약과 다른 정족수를 규정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입후보자가 2명 이상인 경우 최다득표자를 선출하도록 한 것은 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3항 제1호와 동일한데, 이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하고 있는 가중된 동대표 선출 방법에 위반하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9. 8. 16. 선고 2018가합1804 판결).

나는 그때 방문 상담을 온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에게 어떤 말씀을 드렸던가? 구 주택법과 동일하게 규정돼 있던 관리규약과 선거관리규정은 새롭게 제정된 공동주택관리법령상의 동대표 선출 방법을 위반한 하자를 치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분들이 가져온 법원 서류를 보면서 웃음이 났다. 선거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의 피고는 입주자대표회의이고, 직무집행정지가처분사건의 피신청인은 당선자 본인이어야 한다. 그런데 가져온 서류에는 피고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피신청인이 입주자대표회의로 돼 있었다. 낙선한 B가 무효소송과 가처분을 제기하면서 피고와 피신청인을 잘못 지정한 것이다. 서둘러 선거를 다시 실시하라고 조언하면서도 소송에서는 지지 않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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