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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자연재해로 인한 단지 내 안전사고, 그 책임은?
승인 2019.10.21 10:24|(1263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단지 내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그 자체로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사고의 원인이나 양상은 다양해도 결과는 늘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인사사고 아니면 차량 전소나 파손과 같이 물건이 부서지거나 파괴되는 경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위험을 미리 예견해서 최적의 대책을 마련하고 방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백 가지 중 아흔 아홉을 잘 막아도 하나를 못 막아 터지면 그게 사고인 것이니 늘 방비하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고가 일어나면 모두의 불행이지만 결국 책임소재로 이어져 시시비비를 가리게 된다. 피해자가 직접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를 상대로 관리소홀 등을 문제 삼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도 하지만 보험처리 후 보험사에서 구상책임을 추궁하는 방식도 많다. 인사사고는 보험만으로는 피해구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런지 피해자가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고, 물적 피해의 경우는 보험사가 보험처리 후 구상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태풍이나 집중 호우가 휩쓸고 지나가는 하절기나 빙판길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동절기 무렵에는 안전사고 관련 자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단지 내 안전사고의 책임 유무는 결국 관리소홀로 인한 안전사고인지 여부, 즉 과실 유무에 달려 있다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아니라 공작물 책임으로 청구원인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반적인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와 달리 공작물 책임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대체로 유사하지만 피해자 측에 좀 더 유리하다할 수 있다.

민법 제758조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작물 점유자가 1차적인 배상책임을 부담하되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한 경우, 즉 과실이 없는 때에는 소유자가 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민법 제750조의 일반 불법행위 책임은 고의·과실, 손해의 발생, 인과관계, 위법성 등을 모두 원고가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이에 비해 민법 제758조의 공작물 책임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 하자로 인해 손해를 가한 특수한 경우 1차적으로는 이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점유자가 배상책임을 지고, 과실이 없는 경우 2차적으로 소유자가 무과실 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공작물 하자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일반 불법행위에 비해 상대방의 과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없고, 점유자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때라도 소유자의 무과실 책임이 인정된다. 이는 위험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자 하는 데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때 공작물의 설치·보전상의 하자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하고, 안전성 구비 여부는 해당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최근 법원은 태풍으로 인해 차량이 파손돼 보험처리를 한 보험사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에 나선 사건에서 자연재해라는 이유만으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를 부인할 수 없고, 제대로 된 방호조치를 하지 않은 때에는 이에 대한 과실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문제된 사건은 태풍으로 인해 주차장에 식재됐던 나무가 쓰러져 주차된 차량의 지붕을 파손한 경우(부산지방법원 2019. 8. 21. 선고 2019나44316 판결 참조), 태풍으로 인해 아파트 지붕에 부착된 싱글 등 지붕 마감재가 떨어져 나가면서 차량의 도장에 흠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8. 20. 선고 2018나71641 판결 참조).

위 두 사건에서 법원은 공히 매년 강력한 태풍을 경험한 우리나라의 기후 여건을 거론하면서 태풍이 곧바로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로 볼 수는 없다고 전제했다. 특히 공작물 설치 또는 보존상 하자는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태풍을 경험해 왔다면 응당 식재된 나무가 꺾이거나 부서져 그 주변을 통행하는 사람이나 차량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했어야 한다고 봤다. 즉, 나무나 가지가 강풍을 버틸 힘이 있는지 여부를 수시로 점검해 부러질 염려가 있다면 가지치기를 하고, 지지대를 견고하게 세워 주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면 이는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결한 하자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불과 1년 전에도 돌풍으로 인해 지붕 마감재가 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있다면 아파트 지붕에 대한 추가적이고 근본적인 보강조치를 취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점에서도 단순히 아파트 지붕을 주기적으로 보수한 사실만으로는 문제 된 지붕 마감재가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일단 이렇게 하자가 인정되면 손해의 발생에 자연적 사실이 경합했더라도 그것만으로 천재지변의 불가항력을 곧바로 인정할 수 없고, 하자가 없었더라도 손해의 발생은 피할 수 없었으리라는 점을 공작물의 점유자나 소유자가 입증한 때에 한해 면책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제된 아파트들도 삼각 지지대와 방풍벽을 설치했으나 이는 태풍에 대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일상적 조경 관리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봤고, 주기적으로 아파트 지붕을 보수한 사실만으로는 태풍에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물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더라도 피해자 측의 과실 등을 이유로 상당한 비율로 그 책임이 제한되는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 차원에서 당연한 법리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위 사건들은 피고로 입주자대표회의를 지목하고,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단지 내 관리업무를 수행했다고 전제하고 있으나 공작물 책임의 직접적 점유자는 관리업무 전반을 총괄하면서 구체적으로 이를 수행하는 관리주체이고 입주자대표회의는 간접점유자가 불과하다는 점에서 피고인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신은 간접 점유자에 불과하므로 공작물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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