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서울시는 3월 12일 새로운 미래경관을 창출하기 위한 ‘도시계획혁명’을 선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아파트 정비사업 혁신과 건축디자인 혁신을 양대축으로 하는 ‘도시·건축혁신(안)’을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새로운 100년의 미래 도시·건축창조를 위해 지역의 소통·경관·문화를 고려한 사전공공기획, 정비사업 전 과정을 공공이 책임관리하는 프로세스 관리와 함께 폐쇄적인 아파트 단지의 도시성을 회복하기 위한 입체적이고 정교한 아파트 단지 조성기준, 현상설계와 공공건축가가 참여하는 건축디자인 혁신의 4가지를 주요 방향으로 한다. 이를 위한 추진체계와 제도적인 지원을 동시에 고려하며, 도시건축혁신단(가칭)을 신설해 계획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배경은 서울시의 아파트가 인근지역과 단절되고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의 폐쇄성을 탈피하고 경관과 공동체를 회복하고 새로운 도시경관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서울시에서 아파트가 주택유형 중 58%를 차지하며, 2030년까지 56%가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해 정비시기가 도래한다는 점에서 지금이 미래 100년 서울의 도시경관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시기로 보고 서울의 도시·건축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이러한 방향에 공감하며, 지금까지의 아파트가 갖고 있었던 한계점을 탈피한 새로운 100년을 지향한 도시의 모습과 아파트가 건축되기를 바란다.      

이 내용은 서울시가 2013년에 발표한 ‘100년 도시계획 추진 로드맵’에서 밝힌 ‘도시계획헌장(안)’에도 있는 바와 같이 토지자원과 교통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도시공간 구조 구축, 친환경적이고 건물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개발행위를 지향하고 있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발표문 속에서도 주택 내구연수를 100년 정도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한 방향을 고려하고 있었다.

이러한 바람직한 방향이 설정돼 있었고, 이번 발표에서도 ‘100년 미래 도시·건축 창조’라는 방향은 있으나 ‘폐쇄성의 극복과 디자인 혁신’ 외에 미래의 변화에 대비한 방향에 대해서는 발표문 안에서 찾아볼 수 없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이 구축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어서 알 수 없다. 다만, 서울시에서 그동안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한 주택의 방향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발표가 지속가능한 건축의 방향과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미래 100년을 지향한다면 현재 시점 중심의 방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시간의 흐름을 고려한 계획을 좀 더 고려해주기를 바라는 방향을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고도성장기의 단지와 아파트 계획은 법적으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세대수를 찾는 것이 중요했고, 주변과 다른 단지를 구성하는 것이 과제였다. 그 결과 지금의 아파트 단지와 아파트 세대 설계가 이뤄져 왔고, 지금도 그렇지만 삶의 공간이라기보다 투자의 대상으로서 아파트였다. 그 당시에서는 미래의 변화를 읽을 여유도 읽을 필요도 없었다. 주택정책도 양적인 공급이 우선이었고 질적인 측면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주택의 품질이나 성능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 결과 아파트는 입지가 우선이고 현재 볼 수 있는 아파트의 모습이 갖춰졌다. 그런 사이에 30년이 경과하고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고, 재건축은 로또와 같이 취급하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 재건축하는 아파트도 베이 변화, 재료의 고급화나 첨단설비를 갖추는 것 외에 법적인 기준을 준수하는 현재 시점의 계획과 설계와 건설이지 미래의 변화에 대비한 점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30년 전에도 그랬듯이 현재시점에서만 고려한 계획이라면 이 역시 30년 후에 동일한 관점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아파트 단지의 도시성 회복과 건축디자인은 당연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야 하고, 여기에 시간을 고려한 디자인을 추가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성능의 변화, 기술의 변화, 사회변화, 사람의 변화 등 변화를 수반하게 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만 고려한 것은 분명 100년을 지향하는 도시·건축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0년 후에 일어날 일은 현재에서 30년 전의 아파트의 리모델링과 재건축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을 보여주는 예가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의 층고와 천장고다. 경제성 확보를 위해 동일한 단지 내에서 층고를 최소화해 층수를 증가시켜 세대수를 늘리는 설계를 했다. 특히 2000년 이전의 아파트는 대부분이 층고 2600㎜, 16층 이상이 2700~2800㎜(스프링클러가 의무화됐던 시기)로, 현재 아파트 리모델링을 실시하면 대부분의 성능은 향상되지만, 층고 증가는 불가능해 천장고가 낮은 한계로 남아있다. 이를 피하기 위한 재건축인 경우에도 대부분 층고 2800~2900㎜, 천장고는 2300㎜를 확보하고 있다. 국민신장의 향상과 공간구성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더 여유가 있는 층고와 천장고가 필요하다.

재건축아파트의 경우는 이보다 벽식 구조방식의 적용과 설비배관의 구조체 매설, 온돌층(방통)에 매설하는 것과 더불어 얽혀있는 설비의 문제다. 노후화되지 않는 설비가 아닌 이상 성능저하와 기능저하로 인한 교체와 보수, 리모델링은 필수로 이뤄진다는 전제에서 설계·시공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사이클 변화, 거주자 변화 등에 따른 공간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상부 주택부분은 벽식이면서 지상층은 필로티를 구성하기 위해 구조전이층을 두는 방식도 탈피해야 할 방향의 하나다. 라멘구조방식이든 무량판구조방식이든 기둥방식으로 상하부의 모듈을 고려하면 상부주택 내부 공간 가변과 하분 주차장 사용에 지장이 없는 공간과 구조시스템의 합리화가 가능하지만, 익숙해진 현재의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일은 2000년대 이전과 다른 사회인구적인 구성변화(인구구조, 가족구조)·인구감소와 건축의 밀도변화와 구성변화(용적률, 건폐율, 층수 등)이다. 현재 30년 이상 경과한 아파트는 건축의 밀도와 구성변화를 통해 재건축의 경제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재건축한 아파트가 30년 후에 현재와 같은 밀도증가 재건축을 통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 아파트가 준공한 후 30~40년이 지난 후 현재와 유사한 노후화 현상이 발생할 경우는 그때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재건축을 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리모델링한 아파트는 또 어떨까? 밀도가 엄청나게 증가한 현실에서 앞으로 15년 후 또는 30년 후에 현재와 동일한 방식의 리모델링이 가능할까?

현재 시점에만 적합한 아파트를 계획방법으로 계획하고 시공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유지관리·리모델링·재건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서울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에 대한 미래를 대비한 플랜이 절대적이다. 현재 시점에서 아무리 첨단설비를 갖춘 아파트라 할지라도 미래대비가 없으면 어떨까?

현재부터 짓는 아파트는 앞으로 현재와 같은 방식의 리모델링·재건축 방식은 아닐 것이다. 인간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도시와 건축은 시간의 바탕 위에서 인간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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