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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암 칼럼] 일본의 주택성능표시제도에서 배운다
승인 2018.11.22 14:20|(1221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에 일본 주택성능표시제도를 비롯한 관련제도를 조사하러 출장을 다녀왔다. 2005년에 우리나라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출장과 2013년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 연구를 위한 출장, 그리고 금번의 기존주택과 리모델링 성능표시 혹은 인증제도 검토 연구의 일환으로 3번째 출장을 다녀오면서 다시 한 번 일본의 주택성능표시제도와 관련 제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일본의 주택성능표시제도는 ‘주택의 품질확보의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품확법’)’의 한 축으로 시행된 제도다. 주택성능표시제도의 근간이 되는 품확법은 주택의 품질이나 성능의 확보를 목적으로 2000년에 제정된 법률이다. 1990년대 거주자가 입주 후에 결함주택으로 판명된 일이 발생해 큰 사회문제가 됐던 것에서 출발했다. 주택공급자의 보증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소비자가 주택의 품질이나 성능을 비교 검토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며, 재판을 거치지 않고 분쟁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도화됐다. 하자보증은 신축주택의 경우 10년간을 의무적으로 책임지도록 했으며, 성능표시는 주택의 성능을 항목별로 분류해 등급으로 표시해 통일된 기준에 의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분쟁처리는 성능표시제도를 활용할 경우 소비자나 공급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정부에서 지정한 분쟁처리 기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법은 현재 일본주택행정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택성능표시제도도 여기에서 출발하며, 주택성능표시제도의 기준을 ‘장기우량주택 보급에 관한 법률(일명 장기우량주택법)’의 인정기준이나 장기우량화 리폼(일본은 리모델링 대신에 리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인정제도의 인정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기우량주택법은 주택을 오랫동안 잘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9년에 제정된 법률이다. 100년 이상의 장기간 동안 양호한 성능유지를 지향하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으로 장기우량주택은 우리나라의 장수명 주택에 해당한다. 장기우량주택법에서 장기우량주택인정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기존주택의 경우는 증·개축을 실시해 장기우량주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시행됐다. 이 제도에서 지역중소사업자 단독으로 장기우량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지역의 건자재사업자, 건축사사무소, 중소업체(중소공무점) 등이 협력해 그룹으로 지역의 기후풍토에 맞는 양질의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보조사업으로 ‘지역형 주택 그린화 사업’을 2015년도에 만들었다. 기존주택도 리폼을 통해 성능향상을 도모하면 장기우량주택인정을 취득할 수 있도록 장기우량주택화 리폼추진사업을 실시하고, 2017년부터 세금감면과 보조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종합하자면, 주택의 종합적인 품질확보를 위해 품확법이 상위법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성능표시를 기본으로 해 하자담보책임과 분쟁처리체제의 3가지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성능표시제도를 통해 소비자와 건설업자 당사자 간에 세대별로 성능표시를 하는 것이다. 의무제도가 아닌 임의제도로 국가가 기준은 설정해두고 있으나 객관성을 위해 국가에서 지정한 제3자가 평가해 성능을 표시한다. 기존 주택의 성능표시는 판매자와 구입자 간에 매매시에 활용할 수 있는 표시로, 중고(재고)주택의 유통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장기간 양호한 주택재고 확보를 위해 주택구조와 설비, 거주환경에 대한 배려, 일정기준 이상의 면적과 유지보전 기간과 방법이 강구돼 있는 것을 장기우량주택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조건을 주택성능표시제도와 연계해 정하고 있는 것이다. 즉, 열화대책, 내진성, 가변성, 유지관리 및 갱신성,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성능, 온열환경 및 에너지절약 성능의 6가지 분야의 일정 기준 이상 고성능을 갖춘 주택성능표시제도의 기준을 기본으로 해 거주환경과 세대면적을 더해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주택의 증·개축을 통한 장기우량인정제도도 이 기준을 적용한다. 여기에 정책효과를 유도하기 위해 제도 활성화에 취약한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에 보조사업(지역형주택 그린화 사업과 장기우량화 리폼추진 사업)을 실시해 균형있는 제도 추진을 배울 수 있다.

일본이 하나의 법 중심에 주택성능표시가 있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는 주택법의 한 조항(제39조 공동주택의 성능표시)으로 실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조항에 있어서도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에 따라 성능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상으로는 소음관련 등급, 구조관련 등급, 환경관련 등급, 생활환경관련 등급, 화재·소방관련 등급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평가기준에서는 이 가운데 일부만이 주택성능등급 관련기준으로 돼 있고, 환경관련 등급과 소음관련 등급은 별도로 분리돼 있으며,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 도입 초기의 제도에서 후퇴해 있다. 주택의 종합성능을 규정하는 주택성능 보다 하위 성능인 녹색성능이 상위규정으로 자리잡고 그 일부로 전락했다. 사실은 녹색성능에 묻혀서 없어졌다가 2013년에 신설하는 형식으로 재진입한 상황이다. 주택 전체의 종합성능인 주택성능이 하위·부분 성능인 녹색성능보다 낮은 위계로 잘못 위치 지어져 있는 문제가 있다. 이것을 바로잡아 주택의 전체 품질 및 성능 체계의 재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주택성능은 공동주택의 신축에만 국한하고 있지만, 주택전체의 품질향상이라는 점에서 신축에서도 단독주택 등 모든 주택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고, 기존재고 주택의 품질이라는 측면에서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 이것이 이뤄진 후에 기존에 다지하게 이뤄지고 있는 각종 인증제도를 주택성능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 주택성능표시는 주택의 종합성능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일본과 마찬가지로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가 주택성능과 연계성 속에서 재구축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장수명 주택은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가 단순히 성능등급을 표시하는 것이라면, 장수명 주택은 일정한 기준 이상의 성능을 가지는 것으로 위치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계의 재구축 속에서 전체 인센티브 시스템도 재편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의 다지하게 분산돼 있는 각종 인증제도의 인센티브는 중복돼 있고, 하나의 인증을 통해 인센티브를 받게 되면 다른 인증에서 인센티브를 중복해 동일한 인센티브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인센티브로서의 효과는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경우는 정책적인 효과를 위해서 일본처럼 보조사업이나 지원사업도 필요하고, 세제나 융자와 같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원제도도 필요하다. 일본이 시행하기 때문에 우리도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이유보다는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신축과 기존재고, 그리고 리모델링에 대해 일관된 그리고 통일된 큰 틀 속에서 제도와 정책이 실시돼야 지속적이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서는 일본의 성능표시제도와 관련제도, 그리고 지원사업의 전체적인 틀과 내용을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만 기술하지만, 그 기본적인 틀만을 봐도 충분히 생각해 볼 많은 제도와 정책적인 배울 점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재고주택이 쌓이고, 재고주택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주택의 품질과 성능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이러한 측면에서 주택의 성능등급표시제도를 비롯한 관련 제도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택의 성능등급표시제도가 종합적인 관점에서 제자리를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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