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미세먼지는 하루 일과 중에 제일 먼저 확인하는 정보 가운데 하나가 됐다. 특히 최근 며칠 동안 발생한 미세먼지 경보는 일상생활을 어렵게 할 정도였다. 최근 미세먼지는 봄철이면 언제나 불청객처럼 찾아오던 황사와는 질이 다르기에 국민생활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의 하나로서 떠오르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중국 유입과 국내 요인으로 나눠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실험이나 민간부분의 자동차 2부제, 위원회, 연구팀 구성 등을 포함한 저감 대응책 마련과 관련 기준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현 상태에서 뚜렷한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업계에서도 미세먼지를 막고 청정한 생활공간을 제공해 분양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돼 왔다. 미세먼지 심화와 농도증가는 생활문제와 직결되다보니 국내에서 가장 많은 주택유형인 아파트 설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최근 몇 년 사이 주택건설업체에서는 공공과 민간부분 구분 없이 주택단지에 경쟁적으로 미세먼지와 관련한 대책을 가진 아파트라는 사항들을 광고·분양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택 내에서 발생하는 실내공기의 오염물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실내공기를 외부로 유출하고 신선한 외기를 유입해 해결하는 환기방식이 중심이었다. 새집증후군과 같은 신축주택의 내부 마감자재·접착제·도장재나 가구, 실내 발생 미세먼지 등의 오염물질 방출·유해 미생물 등의 억제나 제거 등을 해결해 거주자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실내공기 환경을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주택법 제2조 제22호에서 건강친화형 주택으로 정의하고, 주택법 제37조,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65조에 따라 500세대 이상 주택에서 적용 의무화됐고, 의무기준과 적용기준으로 구분해 구체적인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 기준을 고시했다. 건강친화형 주택은 건강하고 쾌적한 주택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오염물질 및 실내 발생 미세먼지의 배출을 통한 실내 공기질의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설업체의 다양한 대응방안과 기술적용을 보면 대기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외부공기의 유입차단을 위한 방향에 중점이 놓여있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그만큼 대기의 미세먼지가 주택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아파트 단지의 미세먼지 대응 방향은 크게 3가지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는 실내 발생 오염물질의 제거이며, 둘째는 외부 미세먼지의 실내 유입 차단이고, 셋째는 단지차원의 대응방안이다.

첫째, 실내 오염물질 제거는 기존의 방법처럼 내부 오염물질과 미세먼지의 환기구를 통한 배출과 더불어 외부 미세먼지의 유입을 차단하는 장치가 동시에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HEPA 필터(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filter: 고도의 청정환경을 만들 때 미세입자를 고효율로 여과하기 위한 필터, 고성능 청정필터)를 적용한 환기시스템이다. 이 환기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해 청정한 공기의 순환과 열 교환을 위한 장치역할을 하며, 냉·난방기, 부엌 렌지후드 등과 연동해 감지·제어·여과·제거라는 통합시스템으로 운용된다.

둘째, 외부 미세먼지의 차단은 외피에 차단기능을 부가한 것과 현관출입과 관련한 주동·세대현관에서의 대응방법이다. 전자는 첫째 방법과 관련돼 있기도 하지만, 외피에 광촉매페인트를 도장해 미세먼지 분해를 지향하는 시범사업과 더불어 외피하부 저층부분에 식재 외피를 부가하는 방법, 창문시스템과 연계해 환기시스템을 부가해 대응하는 방법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미세먼지 제거용 방충망이 더해지기도 한다.

후자는 주동 현관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알림기능의 설치와 에어샤워 부가 기능이 있다. 또한 세대차원에서는 현관의 에어샤워 부스 설치를 통한 미세먼지 제거 기능, 현관과 연계된 수납장, 세탁실, 화장실·욕실의 통합형 설계의 제시도 있다. 단순한 미세먼지 제거에서 더 나아가 미세먼지나 오염물질의 집안 유입방지와 의류의 세척·오염방지를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건축적인 공간구성·동선의 변화까지도 고려한다는 측면의 진화를 볼 수 있다.

셋째, 단지차원의 대응방안은 소위 미세먼지 신호등과 같은 알림기능 부가, 작은 입자의 미세한 물방울을 분사해 미세먼지를 저감하고자 하는 미스트 탑의 설치, 미세먼지 저감 수종으로 알려진 식물의 식재와 식재면적의 확대 등이 있다.

미세먼지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아파트 단지의 미세먼지 대응 방안은 환기시스템의 변화, 외기와 경계부분에서 외피의 변화를 거쳐 일부이기는 하지만 공간구성의 변화까지 진화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가장 1차적이고 직접적인 대응책이 환기시스템의 고기능화다. 현재 설계기준에서 시스템의 성능향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2005년 발코니 정의변화로 촉발된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된 이래 발코니라는 완충공간이 거의 사라진 지금 아파트 외피의 고기능화가 다음으로 주목받고 있는 점이다. 건축물 실내환경 조절과 관련해 외피는 내부공간의 쾌적성 향상을 위한 중요한 영역이고, 미세먼지와 관련된 경계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단계가 건축공간 구성의 영역이다. 건축공간설계 영역은 생활행위의 편리성·기능성·효율성·심미성 등이 중점영역이다 보니 이러한 외부 환경변화 여건에 대한 대응책에는 상대적으로 연결성이 낮고, 미세먼지 대응방향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여서 관심 밖의 영역으로 여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스마트하우스를 대하는 건축공간 설계분야도 거의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건축공간을 만드는 것이 사회·기술·환경변화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현재 세대현관에서 출입 시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장치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외피도 이전의 발코니처럼 완충공간의 역할을 부여할 수 있지는 않을까? 더 다양한 공간대응 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러한 아파트의 변화는 미세먼지에 대응한 건설업계의 생존전략의 하나로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의 변화는 많은 단지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내용도 있고, 시범적인 성격도 있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대응 기술 대비 비용 즉, 가성비에 따라 혹은 거주자의 요구를 만족과 관련해 변화의 요소로 지속될 것인가가 결정될 것이다. 미세먼지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아파트 변화는 실내 공기질 문제를 넘어 생활의 질 또는 삶의 질의 문제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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