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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암 칼럼] 오픈빌딩 국제회의에서 든 ‘장수명 주택 단상’
승인 2018.12.28 10:19|(1226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6일부터 8일까지 로스엔젤레스의 건축디자인 박물관(A+D박물관)에서 개최된 CIB W104 국제회의에 논문발표차 다녀왔다. CIB는 프랑스어의 약어로, 직역하면 ‘국제 건축 위원회’ 정도로 번역할 수 있으나, 1998년에 ‘건축 연구 및 혁신을 위한 국제협의회’로 변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덧붙이면, CIB는 건축의 연구와 혁신을 위한 분야의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 정부관련 기관 약 500여 회원조직의 5000명이 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기구로, 1953년에 설립됐다. 설립 목적은 건축부문의 정부의 연구기관 간의 국제협력 및 정보교환을 자극하고 촉진하는 것이다. 이 협의회는 건축 관련 여러 분야의 워킹그룹을 갖고 있으며, W104는 104번째로 만들어진 워킹그룹으로 ‘오픈빌딩의 실행’(Open Building Implementation)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올해는 ‘회복가능한 도시를 위한 오픈빌딩’이라는 제목으로 개최됐다.

오픈빌딩은 네덜란드에서 이론적인 토대가 만들어져 발전된 이론과 실무를 망라한 개념으로, 의사결정의 주체에 따라서 건물부분은 명확히 분리돼 설계, 시공, 관리돼야 한다는 것을 추구한다. 1960년대에는 SAR설계방법론(SAR 네델란드어 건축연구재단의 약자)으로 출발했으나 1980년대 중반에 오픈빌딩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오픈빌딩은 공공의 의사결정 부분(Support)과 개인의 의사결정부분(Infill)이라는 의사결정 단계(level)의 구분과 분리를 통해 가변성과 거주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다양한 요구조건에 대응하기 위한 건축물을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국제적으로는 모든 건축물을 대상으로 해 오픈빌딩이라고 하고, 주택건축물을 대상으로 오픈 하우징(Open Housing) 혹은 주거용 오픈빌딩(Residential Open Building)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SI주택(일본에서는 특히 Skeleton과 Infill이라고 부른다)으로 부르고 있고, 중국에서는 개방형주택 혹은 100년 주택 등으로도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개념의 바탕에서 우리 상황을 반영해 내구성과 가변성과 수리용이성이라는 성능을 종합한 장수명 주택 제도를 만들고 연구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회복가능한 도시를 위한 방안’으로서 오픈빌딩에 대해 세계에서 모인 연구 및 실무자들의 연구 성과 발표와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오픈빌딩 위원회’를 건축가들과 함께 만들었고, 올해는 그들과 협력해 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공동주택 중심의 오픈빌딩에 대한 것이 주요 대상이었다면, 이번에는 학교건축과 병원건축에 대한 발표가 많아 대상영역이 확대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지금까지 오픈빌딩 이론이나 연구 및 실무를 중심으로 하는 교수나 연구자 그룹에서 올해는 설계자 그룹의 참석이 많았다. 그리고 그동안 공동주택 분야를 대상으로 한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의 연구자 그룹과 일본의 연구자 그룹들의 발표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유럽과 일본은 이미 이러한 분야의 연구와 실무가 완료돼 연구로서 새로운 주제나 방향으로서는 매력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네덜란드는 1960년대부터 실무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져 1970년대를 도시영역으로 연구가 확대됐으며, 이미 1980년대 중반에 제도와 산업으로 확립됐다. 이 영향은 중부유럽을 중심으로 1970년대에 많은 건설량을 보였으며,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는 핀란드에 영향을 미쳐 신도시에 시범적으로 건설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일본에서도 1970년대 초반 주택공단의 실험주택(KEP)과 1980년대의 건설성의 100년 주택(Century Housing System) 연구와 인정제도 도입, 1990년대의 SI주택의 건설과 보급, 2008년 장기우량주택건설촉진법의 제정과 장기우량주택인정제도시행으로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단독주택으로 확대 보급되고 있다. 신축주택뿐만 아니라 기존주택의 리폼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 분야를 전공하는 미국교수는 최근 중국에서도 이 분야의 연구와 건설이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을 전해줬으며, 그가 쓴 보고서를 보내줬다. 이 자료와 함께 중국과 일본의 세미나 자료를 종합해 보면 1980년대에 실험주택을 지었으나, 지지부진했다가 1994년에 북경에 프로젝트를 건설하고, 내장 및 설비산업의 건식화와 부품화를 위한 인필(Infill) 산업의 육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대에 들어와 일본을 연구하고 그 개념을 수입해 상해나 북경 등에 일부 프로젝트로 건설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일부 업체에서 인필(Infill) 산업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타 나라들에서는 남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산재한 연구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실증연구를 하고 있는 장수명 주택도 여기에서 파생해 한국적인 상황을 반영한 방식이다. 이번 회의를 거치면서 외국의 오픈빌딩에 대한 상황을 볼 때, 우리나라의 위상은 많이 낮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진국에는 뒤져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중국에도 뒤쳐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새로운 방향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택 건설에 대한 품질향상과 더불어 현장 기능공들의 감소와 기능저하 등에서 볼 때 주택건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공동주택이 중심인 국가에선 더욱더 중요한 접근방식이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선 초기비용 절감에만 관심이 있을 뿐 생애주기의 관점이나 산업의 관점에서는 관심은 없는 듯이 느껴진다. 최근 장수명 주택이나 모듈러주택 등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있으나 이들의 근간을 이루는 부재나 부품산업에 대한 투자나 방향은 거의 없고, 이를 활용한 장수명 주택이나 모듈러 주택 등의 건설에는 관심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공동주택을 떠나서 다양한 건축유형으로 확대도 중요한 방향의 하나라는 인식과 더불어 근간이 되는 부품산업의 방향 모색이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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