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에 많이 심은 주요 수목의 특징과 관리법: 3. 은행나무 <1> (주)홈앤그린 최병재 선임연구원

최병재 선임연구원

은행나무는 낙엽 침엽교목에 속하는 수종으로 가을에 노랗게 변하는 은행나무의 잎은 가을 단풍을 대표하는 색이기도 하다. 은행나무는 고생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리는데 경기도 양평 용문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0호 은행나무는 수령이 약 1100~1500년 사이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우리나라 수목 중 가장 큰 높이를 자랑한다. 오랜 수명과 상징적 의미 때문에 은행나무 역시 마을의 중요한 길목이나 중심적 공간에 자리해 당산목(堂山木), 신목(神木), 정자목(亭子木) 등 신성하고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여겨졌다.

오래된 노거수 은행나무의 경우 나라에 큰 변고가 있거나 재앙이 있으면 큰소리를 내 운다는 전설이나, 왕이나 명망 있는 고승들이 지팡이를 꽂아 자라난 것이라는 설화 등으로 아직도 많이 전해진다. 현재도 이러한 풍습이나 전설이 이어져 마을 내부나 주변공간에 심은 은행나무를 신성시 해 아끼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75호로 지정된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의 경우 임하댐 건설로 나무가 수장될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이 약 30억원의 비용을 들여 15m 이상의 가산을 조성하고 이식해 보호한 사례도 있다.

보석사 은행나무
용계리 은행나무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은행나무로는 금산 보석사 은행나무, 화순 이서면 은행나무,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문묘의 은행나무 등이 있다. 또한 홍천에 일반인이 조성한 은행나무 숲은 가을철 아름다운 노란색 단풍으로 홍천지역 최고의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중국의 대학자인 공자의 사당(공자묘)에 심겨져 우리나라에서도 학문을 수양하는 장소나 학교 등에 은행나무를 식재해 행단이라고 불렀으며, 마을에서 제사를 지내는 중요한 장소에도 많이 식재돼 왔다. 현재는 독립수로 심는 경우는 적으며 대량의 은행나무를 보행로 주변에 가로수로 식재해 활용하고 있다. 원추형의 균형 잡힌 수형과 가을철 아름다운 노란색 단풍으로 인기가 많은 수종이다.

1. 생육 및 생리장애

- 은행나무의 생육환경 조건
은행나무는 너무 습하지 않은 조건의 사질양토의 비옥한 토양에서 생육이 왕성한 수종이다. 양수로 햇빛이 잘 들어오는 장소에서 생장이 좋으며, 음지에서는 생장이 불량하다. 뿌리는 대표적 심근성 수종으로 강풍에 의한 저항력이 매우 강하고 토양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잘 견디고 살아가는 수종으로 생장속도는 보통이며, 내공해성이 강하고 병충해 피해에도 강해 공장지대나 도심부 가로수로 많이 식재되는 수종이다. 토양Ph는 중성토양이 좋지만 산성과 알카리성 토양에 대한 내성도 가지고 있다. 이식이 용이해 이식 후 적절한 관리만 된다면 이식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강한 전정에도 새로운 가지의 발달이 좋아 수형조절과 수형관리가 좋은 수종이다. 또 자유롭게 수형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9~10월 사이 열리는 열매는 한약재나 간식용으로 많이 애용되지만 독성 성분이 있어 함부로 섭취하면 발작, 구토 등의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외종피(열매껍질)의 지독한 악취로 인해 공동주택 단지에서는 문제요소가 될 수 있어 자웅이주(암·수나무가 따로 존재)인 은행나무는 수나무 식재를 많이 지향하고 있다.

- 생리장애로 인한 피해
은행나무는 환경적응력과 생장능력이 좋아 생리장애가 잘 나타나지 않는 수종이지만 도심이나 공동주택 도로와 보행로 주변 가로수로 많이 식재돼 겨울철 제설작업으로 인해 해빙이 시작되고 새로운 잎이 나오는 3~4월 염화칼슘으로 인한 피해가 많이 나타나는 수종이다. 또한 내음성(광량이 부족한 조건에서 식물이 생육하는 힘)이 약한 은행나무는 광량이 풍부한 조건에서 생육하는 양수로 광량이 부족할 경우 생육저하, 비대생장저하, 소엽(잎이 작아지는)현상 등 다양한 생리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내건성(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식물이 견디는 힘)이 강하지 않은 은행나무는 도심이나 공동주택 단지에서 가로수 식재로 많이 활용해 생육조건 불량으로 수분부족에 의한 스트레스가 많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주차시설이 지하로 들어가는 공동주택은 토양의 깊이가 낮고 유기물 함량이 적은 토양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봄이나 초여름 가뭄으로 한창 생육이 왕성한 기간에 수분부족으로 생육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수분부족 생육장애는 수목의 잎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심한 피해를 일으키는데 응급처치로 엽면관수나 물주머니를 통해 회복시킬 수 있지만 심각한 피해를 당할 경우 수목의 생육에 문제가 생겨 부분고사나 심할 경우 수목이 전체적으로 고사 될 수 있다. 은행나무뿐 아니라 공동주택 단지에 식재된 많은 종류의 수목들이 이러한 수분스트레스에 안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수량이 부족한 갈수기에는 주기적인 관수작업을 통해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

점적호스를 활용한 점적관수

관수작업을 진행할 때는 토양에 수분이 충분히 흡수되도록 한 번 관수작업을 할 때 많은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이미 수분부족으로 인한 생리장애 피해가 확인됐을 경우, 엽면관수를 같이 진행해주면 수목의 수분 스트레스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공동주택 단지 내에 점적호스를 설치해 점적관수 방법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점적호스를 활용한 점적관수는 초기 설치비용이나 인력이 소요되지만 설치 후 원하는 시기와 장소의 수목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할 수 있어 인건비 감소의 효과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특히 공동주택 단지와 같이 토양이 깊이가 있지 않은 환경에서는 일반적인 관수방법으로 많은 관수를 해도 유실되는 수분의 양이 많아 비효율적이지만 점적관수의 경우 필요한 만큼의 수분을 천천히 토양에 충분히 공급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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