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를 만나다 <10>

 

 

 

‘매달 사라지는 월세를 20명이 20년 동안 모은다면 우리의 집으로 남길 수 있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시작됐다. 청년들은 그동안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보증금이라는 목돈이 없어 고시원이나 원룸을 전전하며 각개전투 하던 청년들은 집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기로 했다.
2014년 창립총회를 거쳐 협동조합 임대주택 ‘달팽이집’을 공급했다. 처음 5명이 입주하며 시작된 달팽이집은 6월 현재 6호까지 공급돼 49명이 입주해 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조합원이자 운영팀장이자 입주자로 함께 살고 있는 임소라 운영팀장을 만나 우당탕탕 갈등도 있고 까르르 웃음도 끊이지 않는 달팽이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임소라 운영팀장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나
달팽이집은 전전대(집주인에게 전세 혹은 월세로 집을 빌려 다시 임차하는 형태) 방식이다. 아직 주택을 살 만한 목돈은 없다. 1호집은 조합원 127명이 출자금을 내 전세보증금을 마련했다. 2호집은 출자금에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의 지원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충당해 청년 주거문제를 민·관이 협력해 풀어나간 사례가 됐다. 3호집은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달팽이펀드를 조성했고, 역시 사회투자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자체 힘으로만 한 1호집, 민·관 협력사례가 된 2호집, 민·관 협력에 시민사회까지 가세한 3호집은 주거문제 해결의 선순환 구조를 확인하는 장이었다.

달팽이집에 들어가려면
입주자 선정 기준을 정하며, ‘우리가 뭐라고 입주자를 선택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달팽이집 입주 과정에는 많은 대화가 있다. 입주 희망자들과 조합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자발’, ‘배려’, ‘친함’ 등 조합의 5가지 가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먼저 살아본 조합원들이 힘든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입주가 결정되면 어떤 살림살이를 가지고 들어갈지, 이사는 어떤 식으로 할지 등을 함께 의논해 결정한다. 이사하는 순간도 개인이 홀로 책임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함께한다.

 

3호집에서 신발장 정리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사진제공=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함께 산다는 건
처음에는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했다. 같이 밥을 먹고 산책도 하고 MT도 가며 ‘식구’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됐다. 함께 살며 원룸이나 고시원과 같이 ‘방’에 한정돼 있던 공간은 거실과 부엌이 있는 ‘집’으로 확장이 됐고 음식과 물건을 함께 나눠 쓰고 있다.
물론 함께 살다보면 갈등이 발생한다. 사소한 신발정리부터 민감한 코골이 문제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공유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을 참신하게 시도하고 있다. 입주자는 누구나 ‘달팽이집 상황 해결 시도권’을 사용할 수 있다. 시도권이 제출되면 달팽이집에서는 갈등 관리를 위해 ‘주거상황연구소’라는 이름으로 TF팀을 만들고 열린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달팽이집에서는 사소한 일로 5시간 넘게 대화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대화경험이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힘이 되고 차이를 만든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끝까지 이야기해 보는 경험이 우리 사회에 축적되고 있다.

4호집 첫 반상회 모습 <사진제공=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입주자가 직접 관리하는 집
주택은 아무래도 관리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분과위원회를 만들어 몇 명씩 팀을 꾸렸지만 보다 원활히 운영되는 시스템은 1인 1역할이다. 한명씩 청소라든가 곗돈관리, 기록 등 역할을 맡고 있다.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는 ‘반상회’를 가지며 이런 저런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함께 결정한다. 크게 필요한 보수, 관리와 같은 경우 조합차원에서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결정하고 있다.

담장을 넘어 이웃과 만나는 삶
우리 안에서만 좋아하지 않고 이웃과 만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1층 주차장을 이웃과 공유하기도 하고, 이웃 주민과 1층 평상에서 음식을 나누며 과일청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처음과 달리 마을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서로를 배려하며 마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달팽이집 내부적으로는 ‘지속가능하고 주체적인 공동체’가 큰 과제다. 자치 운영에 대한 자발성을 유지하고 청년 공동체의 특성에 대한 고민이 있다. 1호, 2호 등 각 호마다의 ‘공동의 상’을 가지고 있어야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다. 달팽이집만의 특별한 주거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전체적으로는 ‘복제 가능한 안정적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민달팽이와 같은 모델을 시도하고 싶어 하지만 아직 주택 공급 모델과 과정을 체계화하지 않아 시원스레 설명해 주지 못한다. 확산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가고 싶다. 입주자가 안정적이려면 조합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가야 한다.

우리관리 주거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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