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오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 간의 갈등이 결국 입주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제2기와 제3기 입대의의 다툼이 감사 요청으로 번졌고 시간이 지나 제4기 입대의가 구성된 후 제2기 입대의의 장기수선충당금 용도 외 사용 등의 건으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그러나 현 입대의는 전임 입대의의 잘못으로 부과된 과태료의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오산시에서 지원하는 조명 설치 보조금 약 4700만원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입주민이 수천만 원의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관련 기사 본지 1557호>
법적으로는 지자체의 입장은 명확하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상 과태료는 위반행위의 당사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동주택관리법은 과태료 부과 대상을 ‘입주자대표회의’로만 규정하고 있어 구성원 개인에게는 부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구성원 변경과 관계 없이 존속한다는 입대의의 법적 연속성을 이유로 전임 입대의로 발생한 과태료에 대해 현 입대의가 납부 의무를 승계한다고 해석한다. 이 해석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입대의에 대한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는 전·현 입대의 간 갈등을 유발하고 심각한 경우 입주민에게 피해를 전가하기도 한다.
비슷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전임 입대의의 예산 집행 과정에서 장기수선충당금을 용도 외로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감사에서 적발돼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해당 시점의 입대의가 이미 교체돼 책임 논란이 일었다. 경기 고양시에서도 장기수선계획 기록 누락으로 현 입대의가 과태료를 납부하고 전임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전남 순천의 한 단지에서는 장기수선계획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설치 공사로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자 현 입대의가 전임 회장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실에서는 전임 입대의의 잘못이 명백해도 현 입대의가 납부 의무를 지고 구상권 소송은 대부분 기각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문제를 더 이상 민사소송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전임 입대의의 위법행위로 인한 과태료라면 그 부과 시점과 책임 승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동일한 법적 기준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현 입대의가 소명이나 이의제기를 통해 위반 주체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과태료 납부 후 구상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행정적 지원체계도 필요하다. 입대의 교체 시 인수인계 과정에서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이를 지자체가 중재하거나 사전에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역시 도입돼야 한다.
아울러 무보수 봉사직에 가까운 입대의의 사소한 실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문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단체의 연속성만을 이유로 책임을 현 입대의에 떠넘기는 관행을 멈추고 공동주택 자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명확한 제도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