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전국에서 주택관리사보 2차 시험이 치러졌다. 매년 수천 명이 응시하는 이 시험은 공동주택 관리의 핵심 책임자인 관리소장으로 가는 첫 관문이자, 전문성을 인정받는 공식 절차다. 그러나 관리현장에서는 시험과 현장 실무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관련기사 1551호 1면 참조>

시험과목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장성 결여다. 특히 회계 분야에서 괴리가 두드러진다. 시험은 기업회계 기준 분개, 원가회계, 재무제표 작성과 같은 이론에 치중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관리소장이 마주하는 것은 관리비 부과·징수,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아파트회계 솔루션을 활용한 전표 처리와 세금계산서 발행이다. 관리 현장에서 어떤 항목을 어느 계정과목에 넣어야 하는지조차 막막한 경우가 많고, 초보 소장들은 관리비 부과, 결산서 작성과 세금 신고 앞에서 당황한다. 그래서 상당수 소장들이 합격 첫해에 회계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설 과목 역시 마찬가지다. 시험에서는 지진·구조역학 같은 공학적 개념을 묻지만 정작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누수, 배관, 소방 설비 관리, 승강기 안전 등이라고 현직 소장들은 말한다.

교육제도 역시 시험과 현장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 법령은 소장에게 주택관리사보 법정관리 교육, 주택관리사 보수교육, 관리감독자 교육, 장기수선조정 교육 등 다양한 법정·의무 교육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이 교육조차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습형보다는 형식적 이론 강의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신임 소장들은 민원 응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사업자 선정지침 이해 등 기본 중의 기본에서 막막함을 호소한다.

시험과 교육이 모두 실제 현장을 비껴간 결과,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득하고도 현장에서 ‘제로 베이스’로 출발한다. 결국 현장은 또다시 시행착오와 개인적 노력에 의존해야 하고 입주민들은 그 대가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자격이란 곧 현장의 전문성과 신뢰를 담보하는 장치다. 따라서 시험과 교육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우선 시험 과목을 실무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관리비 산정, 아파트회계 솔루션 활용, 장기수선계획 집행, 민원 대응과 같은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사례형, 실습형 문항이 포함돼야 한다.

둘째 합격 후 보수교육의 실질화가 필요하다. 현장의 소장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은 아파트회계 솔루션 실습, 회의자료 작성법, 계약 체결 절차와 같은 실무 교육이다. 이론 강의 위주의 교육을 넘어 실제 프로그램을 다루고 문서를 작성해 보는 실습형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과태료 부과와 직결되는 장기수선계획, 계약 체결 시 유의사항 등은 반드시 사례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

셋째 신임 소장을 위한 멘토링과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선배 소장과의 멘토링, 모의 입주자대표회의, 실무 사례 동영상 제공 등은 현장 적응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 지금처럼 개인적 네트워크와 비공식 커뮤니티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기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시험과 교육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한 자격증은 현장에서 무게를 잃을 수밖에 없다. 자격은 곧 책임이고 책임은 실무역량에서 비롯된다. 시험이 자격증을 위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현장을 준비하는 첫 관문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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