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허숙정 의원 “위탁관리를 자치관리로 바꿔 관리비 반값으로”
업계 종사자들 “관리비 현실은 관리 방식과 무관, 업계 편견 조장”

더불어민주 허숙정 의원
더불어민주 허숙정 의원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인천 서구을 지역구에 제22대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더불어민주당 허숙정 의원이 16일 제1호 민생공약으로 ‘아파트 반값 관리비’를 발표했다. 공약의 핵심은 위탁관리 아파트를 자치관리로 전환해 관리비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자치관리로 전환하는 아파트에는 변호사, 회계사, 건축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지자체 소속 자치관리지원단의 지원이 제공된다.

허 의원은 “자치관리로 전환을 통해 투명한 회계 운영, 공동주택 시설 유지보수 지원, 입주 전 품질검수제도 도입, 입주 후 하자 발생 시 건설업체와 갈등 중재 및 법률 서비스 지원 등 주민에 의한 아파트 자치관리능력을 향상하겠다”며 “위탁관리수수료 거품을 제거해 아파트 공동체 회복을 기하고 생활민주주의를 통한 아파트 반값 관리비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관리비 중 0.3% 위탁관리수수료
10년째 제자리, 덜어낼 거품 없어

한국주택관리협회 김철중 사무총장은 “공동주택 유지보수 지원, 입주 전 품질검수제도, 입주 후 하자보수 등은 위탁관리나 자치관리 여부와 상관없이 지금도 지자체별로 진행하고 있다”며 “관리비에서 위탁관리수수료가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미미한데 어디에 거품이 있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공동주택 ㎡당 평균 관리비는 2733원으로 이전 해보다 약 14% 올랐다.

관리비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전기료 인상이다. 한국전력공사는 2022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총 5차례에 걸쳐 kWh당 전기료를 40.4원 올렸고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아파트 ㎡당 평균 전기료는 861원으로 2022년 610원에 비해 약 41% 상승했다. 이로 인해 개별사용료가 26% 상승하면서 전체 관리비 인상을 주도했다.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용관리비는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슷하게 올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공용관리비는 각각 2.5%, 2%, 4%가 올랐는데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2.9%, 1.5%, 5% 상승했다.

허 의원이 거품을 걷어내겠다고 한 위탁관리수수료는 ㎡당 8원으로 전체 관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3%다. 10년 전인 2014년에도 8원이었고 지금도 8원이다.

결론적으로 허 의원의 주장처럼 관리 방식을 자치관리로 전환한다고 해서 관리비가 반값이 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반값이라는 말은 표현상 그렇다는 이야기”라며 “위탁관리업계의 수수료가 열악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위탁관리수수료가 열악하므로 위탁관리업체가 아파트 관리를 맡게 되면 이윤 보전을 위해 부적절한 유혹에 노출될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언론에 노출된 잘못된 정보가
관리업계에 대한 편견 부추겨

선거철이면 의례적으로 나오는 의미 없는 빈 공약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거대 야당의 예비후보가 공약으로 발표한 잘못된 정보는 공동주택 관리업계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부추길 수 있다.

2013년 한 거대 언론 매체가 아파트 관리 비리를 근절한다면서 기획 기사를 보도했다. 관리사무소장이 중국으로 한 번 여행을 간 것이 ‘관리사무소장이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즐긴 것’이 되고 두 딸이 6개월 어학연수를 간 것은 ‘두 딸을 해외에 유학 보낸 것’이 됐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보도 이후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비리의 온상이 돼 입주민들의 의심의 눈초리에 시달려야 했고, 지자체에 아파트에 대한 감사 등을 요구하는 민원과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대한가정학회 학술대회에서 주생활연구소가 발표한 ‘부정확한 인터넷 정보가 공동주택 관리 현장의 갈등에 미치는 영향’에 의하면 이런 잘못된 정보로 인해 대부분의 현장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었다.

주생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은 발표에서 “입주민등이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게 된 근거는 확대·과장된 뉴스나 신문 기사(48.5%),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정보(40.6%)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며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 이에 대한 설명이나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했을 때도 입주민등이 받아들이지 않는 비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현장 관리사무소장들은 ▲해고, 징계, 소송에 휘말리거나 ▲갈등이 해결될 때까지 부당행위를 당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 발생하는 등의 피해를 봤다.

이슈 따라 인기 영합 주장 아닌
전문가 의견 귀 기울여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이슈가 되는 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선거철 등이 돼서 표심이 필요할 때마다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해 현실과 다른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무관심과 주택관리사 등 관리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래주거문화연구소 이기남 소장은 “공동주택의 관리비에 대해 무조건 저렴하기만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적정한 관리비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총선이 다가오면 관리비에 대한 다른 공약들이 나올 수 있고 표심을 잡기 위해 대부분 관리비를 줄이겠다는 이야기들이 나올 텐데, 현재 관리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라며 “인건비 삭감은 관리 인력 감축으로 이어진다. 지금도 공동주택 관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 인력이 줄어들면, 화재 등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대처할 인력도 없어지게 되는 등 여러 관리 서비스의 저하로 직결된다. 무조건 관리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적정 관리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박병남 서울시회장은 “공동주택 관리에서 가장 전문가는 주택관리사인데 공동주택 관리법령들이 개정될 때 주택관리사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이 안되고 있다”며 “오히려 그러면서 어떤 사건이 터지면 안전 점검 등을 이유로 현실과 괴리가 있는 법령들이 제정되고 규제들이 생기면서 되려 관리비 인상을 압박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거철이 되면 협회에서 정책 제안서를 가지고 의원들을 찾아도 공약에 제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없고 관리업 자체에 대해 무관심하다. 오히려 인기 영합을 위해 자극적인 주장들만 나오는 일이 많다”며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는 관리업을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산업으로 육성해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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