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34

신사의 품격이란 바로 이런 모습을 두고 이르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훤칠한 키에 매끈한 수형을 자랑하는 백합나무 말이다.

오뉴월에 피는 꽃이 지금 한창인데, 지름이 6cm나 되는 튤립 모양의 꽃이 무척 아름답다.

꽃은 연둣빛을 띤 노란색으로 가지 끝에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피어 마치 와인 잔을 올려놓은 모양새다. 세 장의 꽃받침과 아래쪽에 오렌지색 반점이 있는 여섯 장의 긴 타원형 꽃잎이 어우러져 녹색의 잎 사이로 돋보인다. 하지만 커다란 키를 자랑하다 보니 꽃이 높은 데 있어 어지간한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치기에 십상이다.

백합나무(Yellow-poplar, 튤립나무(Tulip-tree), 목백합)는 목련과에 속하며 낙엽 활엽 교목으로 키가 30m까지 자라는 대교목이다. 포플러처럼 어찌나 잘 자라고 키가 크던지 영어 이름에서 보듯 미국에서는 옐로우 포플러라고도 부른다. 가을에 큰 키에서 품어져 나오는 넓은 잎의 샛노란 단풍은 일품이다. 이렇게 생장 속도가 빠르다 보니 용재림(用材林)이나 조림(造林)용으로 적합하다. 그렇지만 빨리 자란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관리하는 단지에서는 몸뚱이가 사정없이 댕강 잘려나간 백합나무를 종종 보게 되니 말이다.

백합나무 잎
백합나무 잎
백합나무 열매
백합나무 열매

잎 모양도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나뭇잎과는 확연히 다르다. 가로수로 많은 버즘나무(플라타너스) 잎과 비슷하지만 끝이 수평으로 자른 듯하며 연녹색이고 15cm 정도로 큼지막하여 가면무도회 때 쓰는 박쥐나무처럼 생겼다. 꽃이 진 자리에는 길이 7cm쯤 되는 열매가 자라는데 그 속에 날개 있는 씨앗이 한두 개씩 들어있으며 씨앗 주머니는 잎 떨군 나목에서도 겨우내 달고 있어 멋스러움을 더한다.

백합나무 꽃
백합나무 꽃

백합나무는 꽃 모양이 백합(나리)을 똑 닮아 붙여진 이름이며 수명도 300년 정도로 긴 편이다. 수형이 아름답다 보니 공원수나 가로수, 녹음수, 경관수, 기념수 등으로 널리 이용된다. 목재는 광택이 있는 연한 노랑 빛을 띠어 결이 아름답고 고우며 뜨거운 증기 속에 넣어도 물기를 흡수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제도판, 화판, 가구재로 쓰인다. 물론 산업용 펄프재로도 가치도 높다. 또한 백합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공기정화 능력도 탁월하다.

백합나무 수피
백합나무 수피

이 글을 쓰다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대학 시절 조경과목을 수강했는데 가로수에 관한 리포트를 해오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가로수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고 은행나무나 버즘나무, 벚나무, 버드나무 정도가 고작이었던 때라 목백합이 줄지어 선 대전의 시내는 신기하기까지 했다. 숙제하겠노라고 대전행 열차를 탔던 기억 때문인데, 비단 숙제뿐이라면 지금까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리 만무할 터!

※ 관리 포인트
- 양지에서 잘 자라며 가뭄을 타지 않고 마른 땅에 견디는 힘이 강하다.
- 도심 공해에 강하나 바닷가 염분에는 약한 편이다.
- 병충해가 거의 없고 수명이 긴 편이며 추위에도 잘 견디므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키울 수 있다.
- 번식은 가을에 열매를 따서 노천 매장했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한다.
- 흙 깊이가 깊고 비옥한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 키가 큰 나무로 자라니 건물과 적당히 떨어져 심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