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동대표의 공동주택 관리 체험기 1

경기도 A아파트 동대표 임성용
경기도 A아파트 동대표 임성용

아파트에 오랫동안 거주하다 보니 매달 나오는 관리비는 어떻게 부과되고 사용되는지 그리고 이런 일들을 총괄하는 관리사무소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 ‘동대표’라는 직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20,30대 젊은 시절에는 동대표로 나가신 어르신들이 어련히 알아서들 잘 하시겠지라고 생각했고 40대에는 직장에서 해외영업책임자를 맡아 수시로 해외출장을 나가다 보니 동대표를 하더라도 회의에 제대로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맡아보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개인사업을 시작한 50대에 접어든 어느날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아파트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 자체도 부실했고 민원인들이 올려놓은 내용에 대한 답도 제대로 달려 있지 않았다. 그래서 관련된 문의도 할 겸 2020년도에 처음으로 동대표회의를 참관하게 됐다.

처음 참석해 본 동대표회의는 생각보다 딱딱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끼리 아파트의 운영에 대해서 논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화기애애하고 참관인들에게도 너그러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물론 다들 생업에 쫓기는 입장이다 보니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참관자의 발언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참관자에게 발언 기회 자체를 주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어쨌든 묵묵히 회의를 지켜보다 회의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자료도 부실하고 소통 기능에 문제점이 있다. 입주민이 문의한 글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은 고사하고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답변 자체가 없는 글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리에서 어떤 획기적인 해결책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입주민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회의에 참석해 아파트의 발전을 위해 문제점을 지적하면 해당 사안에 대해서 진지하게 경청하고 다음 회의 의제로 삼는다든지 아니면 홈페이지가 렇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해명이라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날 회의에서는 그저 짤막하게 관리사무소에 ‘다음부터는 주의하라’는 말 한마디가 전부였다. 회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참 당황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가 이렇게 관리돼도 괜찮은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리고 이런 사소한 부분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면 더 큰 부분은 도대체 어떻게 관리가 되는 걸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렇게 지천명의 나이가 된 해에 천명에 끌리는 것처럼 동대표 선거에 나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2편에 계속>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