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호 성북구아파트연합회 사무국장

단편영화 ‘버스44’는 중국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내용은 조금 충격적이다.

어느 여성 버스기사가 운행 중 승객 중 2명의 강도에게 금품을 갈취당하고 여자로서 수치스러운 봉변을 당했다. 여성 버스기사가 위험에 처했을 때 버스 승객들은 모두 모르는 척 외면했다. 하지만 어떤 중년 남자가 강도를 말리다 심하게 얻어맞게 된다. 잠시 후 버스기사는 자신을 도와주려 했던 중년 남자를 버스에서 내리게 한다.

중년 남자가 “난 당신을 도와주려 했는데 왜 나만 내리라고 하냐”고 항의했으나 “당신이 내릴 때까지 출발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고 남자가 내리지 않고 버티자 승객들이 그를 강제로 끌어 내린다. 잠시 후 버스가 출발했고 버스기사는 커브 길에서 속도를 가속해 그대로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만다. 중년 남자는 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저 멀리 낭떠러지를 바라보니 자신이 타고 왔던 그 44번 버스였다. 버스기사는 중년 남자가 오직 살만한 가치가 있던, 유일하게 자신을 도와 강도의 악행을 제지했던 사람이었기에 버스에서 내리게 한 것이었다.

강도의 악행을 방조했던 승객들은 그 사람을 버스 밖으로 쫓아낼 때 모두 적극적이었다. “우리도 공동주택이라는 버스에서 방조자가 아닐까? ”하고 반문해 본다.

공동주택의 관리를 위해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돼야 하고 관리직원들은 각자 맞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고 공동주택의 장수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동대표 지원자가 없어 입주자대표회의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고, 자질이 부족한 일부 동대표로 인한 여러가지 횡포가 있으며 일부 공동주택에서 동대표 또는 관리주체가 무관심한 입주민들을 등에 업고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갑질을 일삼고 있다.

특정 불순세력에 의해 공동주택 관리가 좌지우지되고 입주민 간 갈등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관리사무소장이 수시로 바뀌는 사례가 많다. 이를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입주민 대다수는 방조자가 아닐까 한다. 공동주택이라는 버스에 승차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사람이 그 버스에 승차해 버스기사(관리 종사자)에게 온갖 행패를 부리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내가 불의를 보고 방관하고 있는 사이 공동주택이라는 버스의 기사는 과속으로 버스를 몰아 절벽으로 추락하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정비 불량으로 버스가 고장 나 멈추지는 않을까. 아니면 그 대상 맞서 과속하지 않고 공동주택이라는 버스를 목적지까지 무사히 운행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공동주택 종사자 특히 관리사무소장은 대부분 1년 남짓 근무하고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이직을 하는 실정이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오래도록 근무해야 근무하는 동안 공동주택의 문제점을 예방적 차원에서 관리가 가능하고 입주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얼마든지 살기 좋은 공동주택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공동주택의 미래를 위해 침묵의 방조자는 되지 말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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